한인 커뮤니티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 지난 13일은 축제 분위기였다. LA 시의회는 1월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선포했고 저녁에는 이를 기념하는 만찬이 성대히 열렸다. 한인 커뮤니티로서는 참으로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열렸던 한미박물관(이사장 박기서)의 기자회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오는 28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열리는 연례 기금모금 만찬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주 화제는 박물관의 당면 과제에 관한 것으로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이 자리에서 한미박물관의 케이 송 이사는 “한인들이 미주 지역에 이주한지 100년이 되었는데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어 창피하고, 유감스럽다”고 안타까움이 섞인 말을 했다. 송 이사는 중국과 일본 커뮤니티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박물관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인 커뮤니티도 이 같은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이사는 LA에 있는 중국과 일본 박물관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역사를 담은 자료를 보여주었다. 이 자료에는 커뮤니티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10여년 동안 기금모금, 정부의 지원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자체 건물의 박물관을 세우게 된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 자료를 접하면서 소수민족으로 미국 내에서 다소 영향력을 갖춘 한인 커뮤니티가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나서면 일본, 중국 커뮤니티 박물관과 비슷한 규모의 박물관을 충분히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년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활발한 활동을 못해 온 한미 박물관이 한인 커뮤니티의 저력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면서 일·중 박물관처럼 만들기 위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무척 다행스러웠다.
더욱이 작년에 한미박물관은 1,500스퀘어피트의 작은 전시장이지만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스미소니언박물관과 공동으로 ‘이민 100주년 기념 전시회’도 가졌고, 올해에도 여러 가지 행사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현재 협소한 공간이지만 뜻 있게 잘 활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관장은 선임되지 않았지만 코디네이터를 하는 풀타임 한인 직원도 고용되어 박물관에 관계되는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박기서 이사장은 “한미 박물관의 영구적인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6,000스퀘어피트 크기의 공간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며 “한인 커뮤니티에서 기금이 어느 정도 모금되고 박물관의 실적이 쌓이면 여러 관계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주어진 여건에서 활동하면서 명실상부하게 한인들의 문화유산을 길이 보존할 제대로 된 박물관을 장기적인 플랜으로 마련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언제 결실을 맺을지 모르지만 한인 커뮤니티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번에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갖는 기금모금 만찬도 궁극적으로 이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한미박물관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한인 커뮤니티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작년부터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박물관의 도약을 위해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문태기
특집 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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