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장이 빌딩 안에서 살해된다. 자신의 피로 쓴 암호를 남기고.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박물관장의 손녀와 미국인 기호학자가 사건에 매달리는데 파리 경찰은 오히려 미국인 학자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지금까지 340만 부가 팔린 올해의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Da Vinci Code)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로도 흥미진진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에 숨겨진 상징 등 평소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전해 줘 서양사를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창녀’로 알려진 막달라 마리아가 사실은 초기 기독교에서 베드로나 바울과 맞먹는 중요한 지도자였으나 남성 우월주의에 물든 중세 교부들에 의해 ‘죄인’으로 낙인찍혔다는 주장이다. 성경에는 예수의 부활을 처음 목격한 사람이 막달라 마리아였음은 분명히 적혀 있으며 성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였다는 증거는 없음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다빈치 코드’와 같은 소설이외에도 초기 기독교의 실상을 새롭게 파헤치려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활발히 일고 있다. 초기 기독교사 분야의 대표적 학자의 하나인 바트 어만 교수가 쓴 ‘잃어버린 기독교들’(Lost Christianities) 이라는 책에 따르면 초기 기독교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만 교수는 현재 존재하는 기독교의 전신인 ‘모체 정통파’(proto Orthodox)는 처음 에비온 파, 마시온 파, 그노스틱 등 여러 종파 중 하나에 불과했으며 세력도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로마 제국의 수도이자 서구 기독교의 중심인 로마에 자리잡은 덕에 전체 기독교를 대표하는 정통파 역을 맡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에비온 파란 예수를 유태교의 메시아로 보며 따라서 구약의 율법을 모두 지킬 것을 요구하는 파며 마시온 파란 예수는 구약의 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예수가 구약의 신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했다고 믿는 파다. 정통 기독교는 이들 양파 주장의 중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그노스틱이란 세계가 무능하고 악한 신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인간 안에는 ‘신의 불꽃’이 들어 있으며 예수는 인간을 악한 신과 세계로부터 해방시키는 ‘지식’을 전달하는 인물이라 주장한다.
종래 정통 교단에서는 이들 종파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것조차 금기시 했으나 이제는 이들의 존재를 아는 것이 초기 기독교의 다양함과 풍성함을 이해하는 첩경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 어느 소수계보다 교회에 많이 가는 한인들이지만 역사적으로 초기 기독교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빈치 코드’나 ‘잃어버린 기독교들’ 같은 책을 읽으며 연말연시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민경훈 미주본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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