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종교전문기자. 목회학 박사>
자기가 자기 자신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까. 이 말에는 자기 자신의 한계 능력이 ‘고것’밖에 안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또 인간 한계의 기점이 인간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지 못한다는 포괄적 의미도 포함된다. 여기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재는 잣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것은 관점과 가치기준에 따라 능력 평가에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세상 잣대 즉, 돈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한다면 답은 간단히 나올 수 있다. 얼마나 수입을 올리느냐에 따라 능력 평가는 끝나버리고 말기에 그렇다. 현대 사회에선 돈은 곧 힘이다. 그리고 돈은 모든 세상기준의 중심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돈이란 종이 쪽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종이쪽지의 화폐가치인 교환의 경제적 힘은 사람과 단체 혹은 사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1949년 발표한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인간 능력의 평가를 절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 작품이 비록 50여 년 전에 발표된 것이라 해도 능력 평가기준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것 없이 수입과 직결되고 있다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세일즈맨인 윌리 로먼은 30여년 동안 영업사원을 했다. 그리고 얻은 것은 막 월부금을 끝내고 난 자신의 소유가 된 집 한 채 뿐이었다. 그는 자기 집 장만에 평생을 바친 셈이다. 그 때, 60세가 넘은 윌리는 영업직에서 급료는 적지만 본사의 사무직을 원했다. 사장은 거절하며 직장을 그만 두라고 한다.
이 때, 사장과 윌리가 나눈 대화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윌리가 사장 하워드에게 사무직을 원했을 때 하워드는 "돌맹이에서 피를 뽑을 수는 없다"고 간단히 말한다. 이에 윌리는 "오렌지처럼 알맹이는 빼먹고 껍질만 던져 버릴 수는 없어. 사람은 과일이 아니야"로 소리친다. 그리고 직장을 쫓겨난다.
아서 밀러가 이 작품 속에서 윌리를 죽음, 자살로 몰아간 것은 윌리가 직장을 잃은 슬픔과 자신의 능력한계에 원인을 둔다. 하지만 정작 30이 넘도록 제대로 직장하나 구하지 못해 건달들이 돼 버린 윌리의 두 아들들마저 아버지를 능력을 제대로 못갖춘 ‘미친 사람’으로 본다는 데 더 큰 원인을 둔다. 윌리는 결국 가족들에게마저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 소외된채 실의와 좌절 속에서 방황하다 자살을 택한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세일즈맨의 죽음을 발표한 아서 밀러는 이 작품으로 토니상,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최고의 극작가가 된다. 그리고 세계의 남성들이 흠모하던 당대의 여배우 마르린 먼로와 두 번씩이나 결혼하는 행운을 갖는다. 힘없고 돈 없는 세일즈맨의 자살을 그려 명예와 돈과 여자를 덤으로 선물 받은 아서 밀러의 생은 세일즈맨의 삶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서 밀러는 이 작품 속에서 세일즈맨이 팔고 다닌 물건을 밝히지 않았다. 독자들로부터 그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일즈맨은 "자기 자신을 팔러 다닌 사람"이라고 밝힌다.
누구나 다 자신의 한계 능력과 한계 영역은 있다. 이것은 타고날 때 이미 정해져 나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타고난 환경이 아무리 어렵고 자신의 현재 처한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 해도 좌절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삶의 능력과 영역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어떤 역경과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죄다. 하루 한 끼를 먹는 가난이 닥쳐와도, 입을 옷이 한 벌밖에 없는 가난이 닥쳐와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삶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살아야만 한다. 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게 돼있다. 문제는 자신이다.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는데 문제는 있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 자신의 한계 능력이 ‘고것’밖에 안되어도 자신은 자신이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삶의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의 잣대가 모두 돈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잣대가 모두 수입으로만 결정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삶에의 용기와 희망, 그리고 ‘세상 살아감 자체’를 아름답게 볼 때 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죽은 과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