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요리사…즐거운 ‘이모작 인생’
원종만(성형외과 의사)씨는 요리하기와 손님 초대하기를 즐긴다. 새로 이사간 집은 그의 이런 취미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엌 단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남자란 게 그렇다. 요리를 한 번 시작했다 하면 온갖 접시와 그릇에 양푼, 수저까지 다 꺼내 산더미를 만들어 놓는 존재가 아니던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내들은 뒤치다꺼리가 귀찮아서라도 남편들 앞치마 매고 부엌에 들어오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 않게 된다.
그의 부엌 한 가운데 스토브와 함께 윷판 벌려도 좋을 만큼의 넓은 공간을 마련한 것은 그들 부부의 수년간 경험에 의한 설계이다. 그 위에 그는 도마를 올려놓고 칼질도 하고 유리 그릇에다 야채들을 넣고 조몰락거리며 제법 맛깔스러운 샐러드를 무쳐내기도 한다. 패리오에는 최신형 바비큐 기계를 마련했다. LA의 야경을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바비큐 파티는 전망 좋다는 캐스타웨이며 야마시로가 부럽지 않다.
그의 파티 메뉴 짜기와 상 차리는 방법은 다른 여염집 아낙네들도 배울 구석이 있을 만큼 출중하다. 한식 상차리기의 최고 맹점은 다리 휘어지게 한 상 차려내는 게 아닐까. 그렇다 보니 주부들은 호스트로서 잔치를 즐기기보다는 요리 해다 나르는 역할만이 강조되고 정작 파티의 주체로서는 밀려나는 느낌이다.
원종만씨는 간단한 카나페 정도만 만들어놓을 뿐 요리할 재료만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는다. 손님들이 카나페와 음료를 즐길 때는 그도 함께 음식을 맛보며 대화를 나눈다. 다음 코스인 훈제 연어는 손님들을 앞에 두고 직접 커트 한다.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마술처럼 완벽한 상차림도 좋지만 이렇게 주인장이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며 즐기는 음식에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셰프와 함께 하는 디너”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파티나(Patina) 등 고급 레스토랑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한 코스마다 준비를 직접 해야하니 음식을 즐기는 시간은 자연 길어진다. 와인 잔이 비어갈수록 대화는 무르익고 웃음소리는 고양되며 파티 분위기는 점점 화기애애해진다. 남편이 알아서 요리를 담당하니 아내가 해야할 것은 고작 된장국 정도 맛깔스럽게 끓이면 되는 지라 그의 아내는 파티 안주인으로서의 손님 접대에 더욱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주방장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비결을 물으면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신선한 재료 구입을 꼽는다. 원종만씨 역시 맛있는 요리를 위해 주말이면 고메이 식품 전문점과 파머스 마켓엘 들러 요것조것 살펴가며 재료들을 구입한다. 먹고 마시는 가운데 많은 대화가 오가는 그의 파티는 마치 ‘향연(Symposium)’ 같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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