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언제, 무엇을 하느냐를 선택합니다. 매 선택에는 그에 대한 결과가 따르고 그것이 모여서 운명이 되는 게 아닐까요?”
9.11 테러공격때 살아남은 한 뉴요커가 공영 래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년전 아침 그는 세계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서 회의가 있었지만 사정이 생겨 참석을 못하면서 목숨을 건졌다. 그의 행운에 대해 주위에서는 “누군가의 가호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그 보다 “우연한 선택이 요행히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9월11일은 우연한 선택이 운명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잔인하도록 분명하게 보여준 날이다. 납치된 비행기를 간발의 차이로 타고 안타고가 생과 사를 가르기도 했고, 교통체증 으로 회사에 지각을 하고 안하고가 생사를 가르기도 했다.
이런 우연들이 가장 치열하게 작용했던 운명의 현장을 꼽자면 쌍둥이 빌딩 남쪽 건물 78층 로비이다. 첫 공격을 받은 아침 8시46분, 두 빌딩의 직원 3만명중 절반 정도가 출근해 있었는데, 이들중 북쪽 빌딩에서는 1,400여명, 남쪽 빌딩에서는 6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객기가 94층에서 98층을 가르며 돌진해 들어간 북쪽 빌딩에서는 탈출구가 모두 파괴되면서 91층 이상 층에 있던 사람들은 전멸을 했다. 한편 9시3분 78층에서 84층 사이를 여객기가 공격한 남쪽 빌딩에서는 그 16분 사이 어떤 선택을 했느냐가 생사를 갈라놓았고, 그 생사의 현장이 78층 로비였다.
스카이 로비로 불리던 그곳은 1층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의 종착역이자 79층부터 110층까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의 시발점. 지상까지 60초만에 내려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78층 이상 층의 사람들은 반드시 거치는 로비이다.
그날 아침, 북쪽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자 고층에 있던 남쪽 건물사람들은 모두 78층 로비로 몰려들어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로비로 여객기가 돌진하면서 한치 차이로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일어났다. 당시 로비에 있던 사람은 200명 정도로 추정되는 데 생존자는 10여명에 불과하다. 남쪽 빌딩 사망자중 1/3이 이곳에서 사망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여객기가 뚫고 들어온 쪽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서 있었는가, 그리고 모든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파괴된 상태에서 단 하나 온전한 계단을 발견했느냐 못했느냐가 생사를 좌우했다.
순간 순간 우연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하던 그 생사의 기로에서 우연이 아닌 의지의 선택을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78층 로비 생존자들에 의하면 그들을 계단으로 안내했던 20대 청년이 있었다. 웰즈 크로서라고 나중에 신원이 확인된 그 청년은 몇번씩 부상자들을 10여층 아래로 안내한 후 종적을 감추었다가 지난 3월 소방관들 틈에 끼여 사체로 발견되었다. <권정희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