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9월11일 아침잠에서 깨어난 세계인은 미국 자본주의와 국력의 상징인 월드트레이드 센터와 펜타곤을 상대로 자행된 테러에 놀랐고 또 분노했다. 납치범 자신들의 목숨은 물론 민간인 수백명이 탑승한 여객기 4대를 공대지 미사일처럼 무기로 사용하는,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 테러조직 배후가 누구냐에 세계의 관심과 초점이 맞춰졌고 얼마안가 이슬람 과격 원리주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지휘하는 알카에다 테러 그룹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사실 9·11 테러가 발생하자 많은 사람들은 ‘감히’ 이런 테러를 자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랍 테러 조직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했고 이는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72년 뮌헨 올림픽의 이스라엘 선수단 학살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자행된 여객기 납치 등 세계를 놀라게 한 테러의 배경에는 어김없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외치는 아랍과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가 배후에 있을 만큼 세계인들에게 테러하면 아랍 테러리스트로 각인이 돼 있던 것이다. 기자는 미주 한인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한달간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종군기자로 현지에 파견됐었다.
당시 파키스탄 페샤와르 주재 탈레반 총영사관의 파이즈 아마드 부총영사는 9·11 테러를 왜 자행했느냐의 기자의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피한 채 “9·11 테러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무시한 채 서방세계의 지원을 받고 설립된 이스라엘의 건국과 그 이후의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9·11 테러는 50년간 억압받고 무시돼온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분노 폭발”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난민캠프의 아프간 난민, 바레인과 파키스탄 정부와 일반 시민들도 9·11 테러의 방법은 규탄하면서도 하나 같이 서방세계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이 중단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건국되지 않는 한 테러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지난 1년간 정책은 무력을 동원한 알카에다 테러 조직과의 전쟁의 연속이었고 조만간 제2의 이라크와의 전쟁도 준비중이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에 쏟아 붓는 돈과 노력의 10분의1만이라도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중동평화 정착에 투자했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병의 근본 원인은 무시한 채 증상만 치료하고 있었던 것이다.
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폭격이 미국을 변화시킨 것 그 이상으로 9·11 테러는 미국 정부와 국민의 정책과 의식,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으며 한인 커뮤니티 등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도 사실이다. 중동지역의 유혈사태를 남의 일인 양 무관심하게 지켜보았던 미주한인들에게 9·11 테러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하는 사태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도 이제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심을 갖고 주류 언론이나 정부에 다양한 의견을 표시할 때다. 9·11 테러 1주년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테러 5주년, 10주년이 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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