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란 여학생은 교사나 학부모 모두의 ‘희망’(dream student)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였다. 스탠포드 9 성적은 학년에서 탑 5%에 속하고 성적은 늘 A만 받아오는 얌전한 성격에 교내에선 문제 한번 일으킨 적도 없었고 반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학생이다.
하지만 장학금 신청서에 첨부할 추천서를 부탁하러온 이 여학생의 성적기록을 보며 대화를 하면서 표면적으로만 성공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학업 성취도에 관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충분한 학업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AP클래스나 어너 클래스는 한 과목도 택하지 않았으며 늘 성적이 A 이하로 나올까 근심하며 초조함을 금치 못하였다 한다. 상담교사도 학생과 학부모님께 좀더 도전적인 과목을 여러 번 추천해 보았지만 GPA가 떨어질까 우려해 늘 쉬운 과목만을 고집해 왔다고 한다.
잠시 나눈 대화였지만 그 학생은 전혀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자신의 능력을 교사나 부모의 의견이나 성적으로 평가하고 늘 자신을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그때마다 과소 평가, 혹은 과대 평가하는 소극적인 자세와 자격지심을 가져 마음 고생이 심한 것 같았다.
실패할까 두려워 자신의 능력을 외면한 채 늘 능력보다 몇 단계를 낮추어 학과목을 택하고 거기서 자신의 뛰어남을 다른 사람이 알아줄 때 비로소 만족할 수 있었던 이 학생의 경우 아마도 대학도 실력보다 낮추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학에서 혹은 사회생활에서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할 것 같아 걱정이 먼저 앞선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M이란 여학생의 경우처럼 완벽한 성적 유지로 인한 불안감은 주로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서 많이 보았으며 심지어는 사춘기 때 외모의 완벽성에 대한 강박관념까지 더해져 식사 후 음식을 다 토해 내거나 부모 몰래 식초를 들이키는 등의 위험한 지경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여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겉으로 잘 나타내지 않는 까닭에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아예 모르기가 쉽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상 현재로서는 문제라 할 수 없지만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도록 방치하는 것은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우리의 딸들이 전형적인 착한 모범생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미래 지향적이며 자신의 능력에 스스로 도전해 보고 때로는 좌절감도 느껴보며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알고 자신의 능력을 타인에게 인정받기보다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신이 평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의 몇 가지를 부모님께 권하고 싶다.
1. 먼저 가정에서 남녀 차별성 발언이나 태도를 삼가셔야겠다. 예를 들어 보편적으로 어른들은 아들에겐 능력이나 그의 의견에 대해 칭찬을 하며 딸들에겐 겉모습이나 깔끔함에 칭찬을 하기 쉽다.
또한 신체적으로 딸들이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이면 얼른 도와주고 아들은 자신이 해결하게 하여 결국에는 아들에게만 문제해결의 능력을 키울 기회를 만들어주게 된다. 또한 딸들의 얌전함만을 칭찬하시지 마시고 자신의 의견을 똑똑히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동의하지 않을 때에도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셨으면 한다.
2. 아들 딸 구별 없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약의 기회로 삼아서 자신의 능력에 도전하며 현 상태 유지를 목표로 삼지 말고 좀더 발전적인 미래를 향해 전진하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
3.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나 학생회, 운동부 등에서 소극적인 자세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리더십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권유하시기 바란다.
4. 기술적인 면을 여자답지 못하다고 제지하시지 마시고 ‘파퓰러 미캐닉스’(Popular Mechanics) 등의 컴퓨터 관련 잡지를 구입해 또 하나의 배움의 기회로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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