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이민사상 최대 비극인 4·29폭동이 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폭동의 와중에 수많은 한인 업소가 불타고 약탈당했지만 한인들이 4·29를 통해 입은 상처는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폭동의 최대 피해자이면서도 정치인들과 흑인 사회로부터 위로와 사과를 받기보다는 ‘평소 흑인들을 우습게 알다 혼이 났다’는 빈정거림을 받았다.
한인사회 자체 내에서도 전 미주 한인들과 한국인들이 모아준 수백만 달러의 폭동성금 분배와 기금운영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아 이래저래 한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금이 어떻게 지출됐으며 지금 얼마가 남아있는 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아픔에도 불구하고 4·29는 그 때까지 하루 14시간씩 가게를 지키며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던 한인들에게 미국의 실상을 바로 보게 한 계기가 됐다. 미국에는 가난에 찌들고 오랜 차별로 피해의식이 뿌리 깊이 박힌 집단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을 상대로 중개상 역할을 하고 있는 힘없는 이민자들은 언제나 이들 분노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국시로 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현실적으로 힘없는 집단은 대접받지 못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시민권 취득 등 한인들의 정치 참여가 크게 늘어난 것도 그 때부터다.
오랫동안 단일 민족으로 생활해 온 한인들은 타인종과 어울려 지내는 훈련이 부족하다. 그러나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살자면 타인종과 화합하며 지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LA의 인구변화와 함께 흑인들의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라티노의 숫자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흑인 밀집지역인 사우스 센트럴도 이제는 라티노 거주지로 바뀌고 있다. 한인 비즈니스의 고객이나 종업원으로서 라티노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한인들은 이들을 폄하해 부르며 천대한다.
타 인종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정치력 신장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4·29의 교훈을 저버리는 것이다. 한인사회는 지난 10년간 경제적으로는 폭동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세월이 지남과 함께 폭동의 교훈은 잊혀지고 있다.
유대인들은 홍해를 건넌지 수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무교병을 먹으며 이집트에서의 노예생활과 해방의 역사를 기억한다. 기억은 인간의 행위 중 가장 어려우면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4·29 10주년은 폭동의 아픔에서 한인사회 발전의 지혜를 찾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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