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를 둔 한 친구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곡예’를 한다. 지금은 큰 아이가 운전을 해서 좀 나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 선물 샤핑이 곡예에 버금갔다. 준비해야할 선물의 가짓수가 많은데다 그 선물들이 서로에게 비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스케줄을 안배하다 보면 선물 샤핑이 무슨 ‘작전’쯤 되어 보였다.
우선 아이들 셋에게 부모가 주는 선물과 산타클로스 선물을 합치면 6개. 다음, 아이들 각자가 부모와 다른 형제들에게 주는 선물이 4개씩이니 세 아이면 12개. 부부가 교환하는 선물 2개를 합치면 기본적으로 구입해야 할 선물이 20개가 된다.
모두 한꺼번에 우르르 샤핑몰에 가서 선물 20개를 고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받는 사람이 모르도록 아이들 몰래 나가고, 한번에 한 아이씩 데리고 나가다 보면 집과 샤핑몰을 오가는 운전횟수가 셀수도 없을 정도다. 친척, 친지 선물은 또 별도다.
“샤핑몰을 몇번 오가고 나면 나중에는 ‘어서 끝내자’는 생각뿐이야. 빨리 마쳐버려야 할 숙제같은 느낌이지”
발바닥이 부르트고, 포장하느라 어깨가 뻐근한 수고는 크리스마스 날 아침, 식구들이 제각기 선물을 뜯어보고 기뻐하며 형성되는 상기되고 푸근한 일체감에서 보상을 받는다.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미국영화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던 ‘풍요’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면을 집안에서 보며 우선 드는 느낌은 흐뭇함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많은 선물들을 주고 받는게 꼭 잘하는 일일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그는 말했다. 그 선물들 없어도 옷이건, 장난감이건 이미 가진 게 너무 많은 것이 웬만한 가정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긴 머리를 잘라 팔아 남편의 끊어진 시계줄을 사고, 남편은 유일한 귀중품인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사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과 맞바꾸는 ‘아름다운 선물’은 더 이상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질적 풍요로움의 대가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넘치는 풍요의 시대에는 어떤‘아름다운 선물’이 가능할까. ‘물건’ 보다는 ‘정신’이 강조되는 선물이 될 것이다.
심리상담가 조이스 브라더스 박사의 인생상담란에 얼마전 이런 독자편지가 소개되었다.
이번 할러데이 시즌에는 모두가 돈을 펑펑 쓰는 것이 경제를 돕는 일이란 걸 알지만, 남편이 최근에 실직을 해서 그럴 수가 없다는 말로 이 독자는 편지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산타에게 바라는 선물 목록은 아주 깁니다. 다행히 네 아이들 선물 한가지씩은 준비가 돼 있습니다. 남편 실직하기 전에 미리 사둔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나머지는 창의력으로 채워야 할 판입니다”
돈이 아니라 창의력으로 준비하는 선물 1호는 나무라고 했다. 식물원에서 일하는 시동생에게서 작은 나무 네그루를 얻어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무를 심어줄 계획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기 소유의 나무를 갖게 함으로써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뭔가 매일 돌보는 것을 배우게 하는 것은 훌륭한 선물이라고 브라더스박사는 칭찬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부모가 자신들에게 뭔가를 주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 했다는 사실 또한 자녀들에게는 나이 들수록 잊지 못할 아름다움 선물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인생상담 칼럼 ‘디어 애비’에는 부족한 것없이 다 가진 사람들에 대한 ‘아름다운 선물’ 아이디어가 소개되었다. 선물을 안할 수는 없고, 해봤자 그 집에 가면 빛도 안나는 물건이란 사실을 알면서 선물을 하는 일처럼 맥빠지는 일도 없다.
‘디어 애비’의 독자는 부자 조부모의 동의하에 지난해 그들에게 선물할 돈으로 구타어린이 보호소 돕기운동을 했는데 그 사실을 안 이웃들까지 동조해서 아주 뜻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전했다.
‘소비’가 ‘애국’이 된다는 올해, 여유가 있다면 많은 선물을 사서 많은 이들과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선물이 ‘거저 얻은 물건’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낭비다. 정성, 관심, 사랑 같은 마음의 조미료들이 듬뿍 뿌려질 때 ‘물건’은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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