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이민국 26 페더럴 플라자(Federal Plaza) 빌딩에 시민권 시험 또는 인터뷰 등 때문에 동포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방문했을 그 곳을 팔순이 넘으신 장모님을 모시고 약속시간에 맞추어 찾았다.
사실, 장모님은 그동안 네번이나 시도했으나 그 영어 때문에 번번히 불합격의 서글픔을 겪어야 하셨다. 금년은 미국 오신지 15년이 되는 해라 한국어로 시험과 인터뷰가 가능해졌으나 너무나 연로하시므로 그만 두시기를 수차례 말씀 드렸으나 성당의 누구도 갖고 있고 또 누구도 갖고 있어서 자존심에 관한 문제라 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시도해보겠다고 하셨다.
시민권을 갖고 있으면 투표와 배심원의 의무를 다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으나 아무도 그런 의무를 했다는 사람이 없다고 하시면서 반드시 응시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실 안에는 90세가 넘어보이는 장애인 할머니부터 20세 전후의 싱싱한 젊은사람들까지 그야말로 UN이었고 천차만별 하였다.모두 다 목적은 하나다. 미국 시민이 되고자 모인 것이다.
통상 2~3시간을 기다리면 담당자가 호명을 하는데 그 이름 역시 국제적이고 가관이다. 팽이저- 페르난도 궤셀, 쿠카이누리안 칸끼 등 참으로 희귀하고 이상해서 모두 이해의 폭소를 터뜨린다.
우리의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주류(majority)와 소수(minority)가 구분되어 기숙사도 끼리끼리 모여 쓴다. 정치분야에서는 마이노리티(소수 특히 한국인)가 전무한 상태가 많다. 우리는 미국 시민권을 갖고 살아도 한국인으로 남아있다.
1979년 뉴욕으로 이사와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교과서에 나오는 유엔본부를 찾아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유엔가입국은 140여개국이었다. 그 많은 국기들이 나부끼는데 우리의 태극기는 없었다. 그 때의 실망스럽고 침울한 기분을 지금도 잊어지지가 않는다. 지금은 남북한 동시에 164, 165번째로 국기를 휘날린다.
이렇듯 결코 다른 국민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시민권을 갖고 있으면 시민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 권리 행사를 함으로써 우리는 미국사회에 합류하는 것이다. 즉 똑같아지는 것이다.
우리의 1.5세 또는 2세들이 얼마나 참신한 인재가 많은가? 그들이 미 주류사회에 온갖 계층에 진출해서 특히 교육 또는 정치적으로 교육위원, 시의원, 하원의원, 연방상원의원 등으로 진출할 수 있게 투표권 행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꼭 참여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합격하신 할머니도 참여하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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