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환의 ‘로봇 시대’
▶ 다크팩토리 시대 전환 본격화 땐 근소세 감소로 재정공백 불가피
▶ 기본소득 등 분배체계 대전환 시급
▶ 단순 암기식 교육은 설자리 잃어
▶ 초중등 교과과정 개편도 병행해야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도입 확산 등으로 현재 사회를 지탱해 온 사회 시스템 전반의 재설정 작업이 정부에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동계와 기업·정부 사이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더 빨라지고 있는 ‘인간 노동의 종말’과 그 충격에 서둘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학계 등에 따르면 AI와 휴머노이드 확산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분야는 근로자의 실직과 이로 인한 소득 수준 저하다. 이 때문에 사람의 도움 없이 로봇과 AI가 공장 운영 과정 전반을 담당하게 되는 ‘다크팩토리’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근로자의 소득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정부의 세수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2024년 기준 근로소득세는 전체 세수의 18.1%인 61조 원가량이다.
근로소득세를 대체할 만한 세원이 없다면 정부 재정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근로자의 소득세가 줄어들게 되면 휴머노이드 시대의 사회 시스템은 이전과 궤를 달리해야 한다. 현대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교육제도·분배제도 등이 근로자가 ‘돈을 벌어 낸 세금’을 통해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로봇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경우 기존 소득세수의 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일정 정도의 세금을 로봇에 부과하는 방안이 재정 안정화와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0여 년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논의가 활발했지만 당시엔 기술 발전을 더디게 하고 휴머노이드 시대가 이렇게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해 부각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로봇세뿐만 아니라 데이터세·탄소세 등 AI와 휴머노이드 도입으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분배 제도 개선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이 고민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일정 소득을 정부가 메워주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향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시범 사업 대상 10개 군을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지만 단순 지역 균형 차원에서의 접근이라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 핀란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 해외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실직자를 대상으로 연 100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에 나서며 이른바 ‘기본소득 사회’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내도록 하고 해당 수준에 미달할 경우 미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도입해야지 로봇 등장 이후에도 근로자를 일터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보장제도도 전면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현재 퇴직연금·국민연금을 비롯해 의료보험·산재보험 등의 각종 사회안전망을 위한 자금 역시 근로자의 소득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득이 줄어든 만큼 주거나 의료·이동 등 기존 사회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 도입도 논의될 수 있는 대상이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동화가 초래한 불평등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동 및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I·로봇 시대에는 일자리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데다 기존 반복 학습에 기반한 단순 암기와 같은 교육 방식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대학을 제조업 시대에 최적화된 산업 역군을 길러내는 일종의 ‘취업 사관학교’가 아닌 평생 교육을 담당할 ‘리스킬링’ 교육기관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AI 시대에는 ‘출제자가 의도하는 정답’보다는 ‘창의적 해답을 찾기 위한 특별한 질문’이 중요한 만큼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은 “AI가 향후 엄청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학 또한 단순 지식 전달자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사회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제인 만큼 합의 없이 진행될 경우 ‘소셜 리모델링’을 완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봇세 도입에 있어서도 로봇세를 기존 조세 체계에 포함시켜야 할지, 아니면 환경 개선 부담금과 같은 ‘특별부담금’으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지능화 수준에 따른 로봇별 세율 차이, 로봇세를 로봇 소유 사업자에게 부과할지 여부, 로봇세로 늘어난 세수를 어떻게 사용하고 배분할지 등도 매듭 지어야 한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일괄적인 로봇세가 아니라 인간을 대체하는 AI 개발에는 과세하고 인간의 능력을 보조하는 AI 개발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차등적 로봇세’를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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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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