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자 보레고(Anza Borrego)의 일출은 역동적이다. 하늘이 벌겋게 물들더니 삽시간에 불덩이 같은 태양이 돌산을 박차고 떠오른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한 빛에 숙연해지며 무언가 강한 힘이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사막의 메마른 풀잎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을 선사한다.
일출을 보려고 나섰던 발길에 모래들이 어석거린다. 커다란 사막거미가 땅위를 기어간다. 모래땅의 크고 작은 구멍들은 생명체들의 안식처이리라. 야자수와 가시 많은 관목들이 시선을 끌어당기며 ‘평화로운 이곳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홍조 띈 모습으로 살랑인다.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내 마음이 전과는 달리 넉넉해지는 까닥은 무엇일까.
사막으로의 여행은 체면치레가 필요 없다. 일상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진솔한 마음으로 자연에 동화되는 것이 사막여행의 참맛일 것이다. 이민자의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땡볕 아래 서 있는 것처럼 목마른 것들이 많았다. 그럴때에는 사막을 찾아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꿋꿋이 뿌리를 내리며 순응해가는 나무들에게서 생의 의미를 찾곤 했다. 내가 겪고 있는 힘듦이 엄살이라 생각되며 걱정거리를 날려버리니 내 안에 푸른 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다. 또 사막의 밤은 어떠했던가. 밤이 깊어 갈수록 가없는 하늘은 별들의 축제장이 되었다. 밝고 영롱한 별들에게 홀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별빛이 몸에 젖어들어 내 숨결이 잔잔해졌다.
LA에서 살다가 자식을 따라가게 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칠년을 보냈다. 풍성한 숲의 도시에 살면서도 캘리포니아의 사막이 자꾸만 생각났다. 데스밸리, 모하비 사막, 앤자 보레고, 등은 몇 번이고 찾은 곳이어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기억할 정도인데 기상 변화에 피해는 없는지 궁금했다. 노스캐롤라이나로 대륙횡단을 시작하며 모하비 사막에 들렸다.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듯 모하비 식구들에게도 내가 멀리 떠난다는 소식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방향을 묻지않고 굴러다니는 회전초가 내 발앞에 멈추었다. 어서 좋은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라고 비켜주니 회전초는 바람이 이끄는대로 또 굴러갔다. 빈들처럼 보이는 사막이지만 자연은 조용히 할 일을 하고 있었다.
LA로 돌아오게 되면서 사막으로의 여행도 다시 시작되었다. 올 해의 데스밸리는 수퍼 블룸(Super Bloom)에 버금갈 정도로 색색의 야생화가 만개해 온 산이 꽃천지였다. 수년간 잠자던 야생화 씨앗들이 거친 모래흙 속에서 인고의 날을 보내다가 마침내 꽃을 피워내고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듯 했다. 모뉴먼트의 붉은 산, 비숍의 노랗 단풍, 그리고 소노라 사막의 사와로 선인장 꽃, 사막은 결핍속에서도 쉼 없이 풍요를 빚어내고 있었다.
자연과 가까워져서인지 아니면 마음에 근육이 생겨서인지 이제는 사막 한가운데 서 있어도 담대한 마음이 된다. 야자수가 말라버린 잎을 수염처럼 달고 있어도, 자신이 서 있는 곳을 평화의 땅이라 생각한다면 그곳은 평화로운 땅인 것이다.
시간이 머무는 곳, 사막은 치장이 없어서 천천히 흐른다. 한해의 끝머리에서 자연을 음미하고 멋진 일출도 보았으니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려나, 푸근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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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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