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먼저 기다리며 다카이치 총리 맞아…취임 축하는 안해
▶ 웃음 보였던 다카이치, 홍콩·신장위구르 등에 대한 우려 전달
▶ 30분 간 긴장의 상견례 속 무라야마 담화·센카쿠열도 등 언급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31일(한국시간) 한국에서 긴장 속에 첫 '상견례'를 치렀다.
시 주석이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은 약 1년 만이며, 이들 간 첫 회담은 30분이 채 안 돼 종료됐는데 역사와 인권 등의 민감한 문제를 서로 거론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중앙TV(CCTV)와 NHK, 외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주에 머무르고 있는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정상회의장 인근의 한 회담장에서 악수로 만남을 시작했다.
짙은 남색 양복 차림에 보랏빛 타이를 맨 시 주석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파란색 재킷 차림의 다카이치 총리가 등장하자 시 주석은 오후에 하는 중국어 인사로 "안녕하세요"(下午好, 시아우하오)라고 말하면서 악수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시 주석을 향해 인사말을 건넨 뒤 두 정상은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악수한 채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카메라가 클로즈업하자 잠깐 활짝 웃어 보였으나 시 주석은 거의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중국은 표정으로도 외교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으로 자주 분석돼 시 주석의 표정 변화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후 양국 정상이 회담장 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시 주석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손을 내밀어 방향을 안내하기도 했다.
'반중(反中)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와 시 주석 간 만남은 회담 성사 전부터 긴장감이 유지됐다.
회담 당일까지 중국 측은 공식적으로 회담 개최 예정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은 "오늘 다카이치 총리와 처음 만났다"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중국이 일본의 중요한 인접국이며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달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축하 인사는 없었다. 중국은 앞서 시 주석이 아닌 리창 국무원 총리 명의로 축전을 보냈다고 교도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은 "다카이치 총리와 새 내각이 중일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언급으로 회담의 포문을 열면서 다카이치 총리와 소통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 간에는 현안과 과제도 있다"고 말하면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난관들을 거론할 것을 예고했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양국 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동중국해 문제, 희토류 수출 관리 문제, 중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의 안정성 확보 요구, 홍콩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상황 등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하고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시 주석 측에 전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고 민감해하는 부분들을 거의 빠짐없이 건드리면서 취임한 지 열흘이 막 넘은 신임 총리로서의 패기를 보여준 것으로도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시 주석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일본의 침략역사를 반성하고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 정신을 발양해야 한다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를 작정한 듯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이 서로에게 위협이 돼서는 안 되며 새 내각이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세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양국 정상은 교류와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사실상 이번 만남은 양국이 서로에 대해 가진 입장 차이를 다시금 확인한 불편한 자리가 된 셈이다.
시 주석은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한 듯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 문제에 대한 '4대 정치문건'의 명확한 규정을 준수하고 이행하며 중일 관계의 기초가 손상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문건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주권·영토 완전성 상호 존중, 패권 추구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대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에 자주 꺼내 드는 카드기도 하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자치를 지지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APEC 정상회의 전 시 주석과 웃으며 인사 나누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회담은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2024년 시 주석이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을 때는 35분간 진행됐다.
2023년 시 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65분간 회담을 가졌다.
회담 장소는 시 주석의 숙소인 코오롱호텔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모두 관련된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다.
회담은 NHK를 통해 중계됐고, 중국 관영매체는 관련 소식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시 주석은 이날 저녁 정상 만찬에 참석하며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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