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공공보건 시스템과 절제있는 자유로 남미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나라 우루과이는 한국 전쟁 때인 1950년 11월 15일 정부 결정으로 의료용품 1500 상자, 군화 2000 켤레, 담요 7만장 등 당시 우루과이 국가 예산의 0.8 퍼센트의 금액에 해당하는 물품을 한국에 원조하여 추운 겨울에 이를 받은 국군장병들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뉴욕에 사는 내가 오래 전에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 출장 간 적이 있다. 직항 비행기가 없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서 중심부의 한 호텔에 입실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산책했다. 매우 넓은 도로와 웅장한 정부 건물들에서 아르헨티나의 옛 영화를 엿볼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부호들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별장을 가질 정도로 번성했던 나라가 정치 권력의 부패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극장식 식당을 찾아가서 남녀 무희의 열정적인 탱고 공연을 관람했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국경인 라플라타 강 유역에서 발생한 음악이고 춤이다.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도착했다. 상담할 회사에서 예약해 놓은 시내 중심부에 있는 빅토리아 플라자 호텔에 투숙했다. 에스파냐에 대항해 독립 전쟁을 일으켜 영웅이 된 호세 헤르바시오 아르티가스 말 탄 동상이 있는 독립광장에서 가까운 이 호텔이 문선명의 통일교 소유라는 방문 회사 사장 말을 듣고 나는 놀랐다.
뉴욕에도 뉴요커(New Yorker) 라는 통일교 소유의 호텔이 있는데 이 호텔도 그렇다니! 우루과이는 한국 여수의 정반대편 남미 대륙의 남동쪽에 있으며 계절도 한국과 반대인 나라이다.
다음 날 그다지 크지 않은 의류 제조 공장에서 대부분 백인 여성들이 일하는 현장을 둘러본 후 상담을 마쳤다. 오후 늦게 그 회사 사장의 제안으로 축구경기장에 갔다. 우리가 앉은 좌석에서 여섯째 뒷줄에 우루과이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주말이면 이 경기장에 수행원 1명과 함께 자주 온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대통령 행차 때 삼엄한 경호인력이 동원되는 것만 보던 나는 인구 330만 명 정도인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일반인처럼 자유롭게 와서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루과이 팀과 아르헨티나 팀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응원전의 열기가 뜨거웠다. 전반전이 끝나고 선수들의 휴식시간에는 경기장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음과 연기가 나고 함성의 도가니였다. 경기는 치열한 접전 끝에 무승부로 끝났으나 축제에 참여한 듯이 모두가 즐거워했다.
우루과이는 1930년 제 1회 월드컵 우승과 1950년 제 4회 월드컵 우승을 거두었다. 아르헨티나는 1978년, 1986년 그리고 2022년에도 우승을 했다.
대통령이 일반 국민처럼 자유롭게 축구경기장을 찾는 평화스런 나라인 우루과이는 브라질에 속한 주였으나 아르헨티나의 도움으로 1825년부터 1828년까지 3년간에 걸친 전쟁 끝에 독립 후 군정과 민정을 거쳐 남미에서 가장 부패하지 않고 생활 수준이 높은 나라가 되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인접해 있으며 인종은 백인이 88퍼센트이고 공용어는 스페인어이며 국민의 66퍼센트가 가톨릭 교도이다.
우루과이는 남미의 유럽이라고도 불린다. 주요 수출품은 양모, 피혁, 농축산물이며 중남미에서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잘 되어있는 나라이다.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따라 흐르는 우루과이강의 동쪽에 위치해 있어 우루과이라는 국명을 갖게 되었으며 정식 국가명칭은 우루과이동방공화국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리남 다음으로 작은 나라이지만 면적은 남한의 1.8 배나 된다.
우루과이를 떠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강물이 아침 햇살에 유난히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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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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