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회장 온라인 기자간담
▶ 공장 인수 ‘우선협상대상’ 선정
▶ 7,000억 추가 투입 증설 추진
▶ 제약·바이오 첫 미 직접투자
▶ 삼성바이오·SK바팜도 영향
셀트리온이 7,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DS) 공장을 인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해당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며 관세 리스크가 불거진 이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주요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공장 인수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을 생산하는 미국 현지 공장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현지 공장 실사 후 10월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며 서 회장은 “이번 투자로 앞으로 있을 관세 정책과 상관없이 불확실성을 모두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본계약 뒤 미국 정부가 인수를 승인하면 연말부터 셀트리온이 해당 공장을 직접 운영하게 된다. 인수에 투자할 약 7,000억원은 자체 자금과 금융기관 협조 등을 통해 마련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처음으로 이뤄진 투자다. 국내 주요 기업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이례적이다. 서 회장은 “미국은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시장으로 정부가 ‘미국 내 제조(Made in USA)’를 원하면 그렇게 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6개월 전부터 현지 공장 인수를 검토했고 다른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총 11개인 셀트리온의 미국 판매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2030년 22개, 2033년 41개로 늘어난다.
셀트리온은 현지 공장 벨리데이션 작업을 거쳐 내년 4분기부터 자사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이와 관련 “자체 생산 전까지 미국에서 판매할 2년치 재고를 이미 확보했다”며 “기존에 미국 파트너사와 위탁생산(CMO)을 진행해 왔기에 원가율이 조금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세 정책에 따라 현지 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증설에는 최대 7,000억 원이 추가 투입되며 이 경우 현지 공장의 생산능력은 송도2공장(9만ℓ)의 1.5배 수준으로 확장된다. 서 회장은 “미국 내 완제의약품(DP) 생산 공장과 계약을 마쳐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에서 제품 전주기 생산이 가능해진다”며 “해당 공장은 부설 연구소도 있어 신약 개발과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지 공장 생산능력의 절반은 피인수회사 제품을 생산하기로 해 초기부터 수익을 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에도 연간 매출 목표는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서 회장은 “올해 매출 4조6,000억 원, 영업이익은 당초 1조6,000억 원에서 소폭 하향된 1조5,00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기존 계획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투자에 대해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와 무관한 셀트리온 자체 사업”이라며 “CDMO는 미국 정책 구체화 후 별도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관세 리스크를 가장 빠르게 헤지한 국내 첫 제약·바이오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음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의사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내달부터 최장 1년 반의 유예기간을 거쳐 의약품에 최대 2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은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를 잠재적 투자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그린필드와 브라운필드 방식 모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미국 투자 발표로 다른 기업들도 본격적인 현지 진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대한 업계 전반의 대응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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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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