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 확장 부지로 트럼프 땅 한때 검토…가격 너무 높아 불발

뉴욕 컬럼비아대의 학내 시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명문 컬럼비아대에 연방보조금을 취소하며 강하게 압박한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과 컬럼비아대 간의 옛 '악연'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 과거 컬럼비아대가 캠퍼스 확장을 검토할 당시 트럼프 소유 부지를 검토하다가 이견으로 거래가 깨진 일이 있었다면서 "트럼프가 이 일을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1990년대 말부터 컬럼비아대는 과밀해진 캠퍼스의 확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이던 트럼프는 2000년 이 소문을 듣고 대학 측에 자신이 1970년대 초부터 갖고 있던 리버사이드 사우스 부지를 제안한다.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쪽의 링컨센터와 허드슨강 사이의 땅으로 컬럼비아대 캠퍼스와는 2마일(3.2㎞)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이에 컬럼비아대와 트럼프 측은 1년가량 협상을 진행한다. 트럼프는 이 프로젝트에 '컬럼비아 프라임'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의욕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협상 과정에서 요구 사항을 자주 바꿨고, 특히 4억달러의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논의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1년간의 협상이 이어진 뒤 2000년 한 회의에서 컬럼비아대 측이 고용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부동산팀은 트럼프 측의 요구보다 크게 낮은 6천500만~9천만달러를 제안했고, 트럼프는 이에 격분해 회의 시작 5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트럼프 측과의 협상은 이렇게 결렬됐고, 나중에 컬럼비아대는 캠퍼스 바로 옆의 할렘 지구 쪽으로 확장을 결정한다.
트럼프는 당시 컬럼비아대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컬럼비아 프라임'은 위대한 남자가 생각해낸 훌륭한 아이디어였는데 컬럼비아대의 형편없는 리더십으로 무산됐다"면서 리 볼린저 컬럼비아대 총장을 "멍청이"(dummy)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NYT는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전직 대학 관계자 중에는 당시 부동산 거래가 실패로 돌아간 일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컬럼비아대에 몰두하는 데에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조용히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 컬럼비아대가 교내 반(反)유대주의를 방치했다면서 4억 달러(약 5천800억원) 규모의 연방보조금과 연방 계약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연방정부가 취소한 4억달러는 공교롭게도 과거 트럼프가 컬럼비아대 측에 확장 부지의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과 같다.
정부의 거센 압박에 컬럼비아대 측은 결국 징계 절차를 강화하고 반유대주의 억제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정부의 요구사항들을 대부분 수용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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