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4일 뉴욕주 버팔로에서 또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18세 백인 청년 페이튼 젠드런이 200마일 떨어진 콘그린이란 소도시에서 차로 달려와 버팔로 흑인 지역의 탑스 수퍼마켓 주차장에서 4명을 쏴 죽인 뒤, 계속 마켓 안으로 진입하며 9명을 더 총으로 쏘아 13명의 사상자를 낸 버팔로 역사상 최대의 인종혐오 사건이다. 이 총격으로 흑인 10명이 사망했고 백인 2명과 또 다른 흑인 1명, 3명이 다쳤다. 경찰로 은퇴한 뒤 사건 현장인 수퍼마켓의 경비원으로 일했던 흑인 아론 솔터와 양로원으로 남편을 만나러 갔다가 잠시 마켓에 들렸던 86세의 흑인 할머니도 생명을 잃었다. 범인은 지난 3월부터 총격 연습을 하며, 타깃 지역을 미리 찾아내는 등 철저히 계획했고, 헬멧에 동영상 카메라를 부착하고, 범행 장면을 소셜미디어로 생중계까지 했던 믿기 힘든 대학살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고, 캐나다와 접하고 있는 국경도시 버팔로는 나에겐 두번째 고향과 같은 곳이다. 버팔로 대학 캠퍼스에서 남편과 만나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29년을 살아온 곳이고 아직 시누이의 온가족과 옛 지인들이 살고 있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또한 곳곳에 흩어져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버팔로 2세들과 3세들까지 “고 빌스!(Go, Bill’s!)“를 외치며 버팔로 축구게임이 있을 때면, 더러는 함께 만나 열렬히 응원하는 우리 아이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총격사건이 이제는 그 정체나 원인을 가려낼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파티장이건, 예배장소이건, 마사지 팔러건, 미용실이건 구별없이 총격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코비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삶이 무분별한 인종혐오 총격으로 네 벽 속에 갇힌 죄수처럼 전락하는 것 같아 두렵고 비참하고 슬픈 심정이다. 또한 이렇게 두려움으로 소침해지는 스스로가 견딜 수 없다.
꿈이 현실로 가능한 땅, 인간의 평등을 보장받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찾아온 곳, 아름다운 이름의 미국(美國)이란 나라가 이제는 백인과 흑인을 비롯해 모든 인종에게 더 말할 것도 없는 두려움의 땅으로 변화되어 버릴지 누가 예측이나 했을까. 이 땅에 평화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때는 과연 올 것인가.
<김찬옥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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