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임금의 부인을 왕비라 불렀고, 요즘은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 영어로는 ‘퍼스트레이디’라고 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는 32대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 루즈벨트다. UN의 인권대사를 지냈고, 1946년 세계인권선언서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밖에도 그 밖에도 많은 훌륭한 퍼스트레이디들이 있었지만 기품이 뛰어나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1812년 영국과 전쟁 중 백악관이 함락되기 직전 수많은 중요한 공문서를 챙겨 탈출한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의 부인 아비게일 애덤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등이 있다.
한국의 훌륭한 대통령부인으로는 단연 돌아가신 후에도 빛나는 육영수 여사가 손꼽히며 여러 대통령부인들이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인품으로 영부인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국민정서에 반하는 최악의 대통령부인들도 있었는데, 훌륭한 대통령인 16대 아브라함 링컨의 부인 메리 토드 링컨이 있다. 메리는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중이어서 대통령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유명백화점에 빚을 져가면서 쇼핑을 해서 미국민들의 눈총을 받았다고 하며, 심지어 링컨의 장례식 때도 최고급 상복을 주문하고 의회에 품위 유지비가 필요하다고 탄원을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누드화보를 찍은 패션모델 출신 트럼프 대통령의 24세 연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있다. 멜라니아는 모델 시절인 1995년 뉴욕포스트, 2000년 영국GQ와 전신 누드화보를 찍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벌거벗은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을 보았던 미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적잖이 당황해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의 가장 큰 이슈는 ‘비호감 배우자 대선’이었다. 각 나라마다 퍼스트레이디의 공적 역할 수행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조연’을 넘어 후보자와 함께 대선 판을 뒤흔드는 ‘주연’급으로 부상했다. 한국유권자의 90%가 배우자도 중요한 선택요인이라고 답해 지지하는 후보의 배우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찍지 않겠다고 하는 유권자가 50%를 넘었다고 한다. 퍼스트레이디란 자리는 선출되지도, 임명장을 받은 자리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지위가 애매모호하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이고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퍼스트레이디의 영향력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막대한 것이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전무한나라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식산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조해야하고, 미중의 패권전쟁과 불안정한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경제, 국방, 외교 등에 전혀 경험이 없는, 마치 골프선수에게 축구를 해보라고 시킨 것 같은 한국민들의 선택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퍼스트레이디의 내조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에 김건희 여사의 여러가지 칭찬받지 못할 과거 사생활 논란과 허위이력 이슈들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고, 한국적 현모양처 형 퍼스트레이디가 되어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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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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