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일을 하면서 직원들이 멀쩡한 박스를 왜 칼로 싹둑 싹둑 잘라버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기위해 큰 박스에 들어있는 소포들을 꺼내다가 물건이 손에 잘 안 닿으면 주저 없이 박스커터로 싹둑 싹둑 잘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손이 안 닿으면 박스를 앞으로 기울이면 얼마든지 물건을 집을 수 있는데도 말이지요.
세탁소에서 박스 주문을 해봐서 큰 박스 값이 얼마나 비싼지 압니다. 우체국에서 매일 쓰는 대형박스는 단가가 5달러에서 8달러 정도는 족히 할 겁니다. 그 박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도 많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박스 4면에는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이 큰 글씨로 쓰여 있습니다.
’Do Not Cut. Designed for Multiple Use. Property of US Postal Services’ (자르지 마시오. 여러 번 쓰도록 만들어진 박스이며 연방정부 우체국 자산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마구 잘라버렸지요. 뿐만 아니라 어떤 직원은 내가 박스를 기울여 물건을 꺼내면 옆으로 지나다니는데 불편하다며 수퍼바이저에게 달려가 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러바치는 직원은 자기주장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박스에 걸려 넘어지는 시늉을 하기도 했지요. 그러면 수퍼바이저는 날더러 박스를 기울이지 말라고 지시를 하더라구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박스를 자르지 않고 기울이면서 작업을 했지요. 물 컵에 든 물이 낮아지면 컵을 기울여 마시면 되지 컵을 깨뜨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하루 열 개씩만 박스를 세이브해도 일년이면 3,600개, 2만 달러 가까운 돈이 절약되고 환경도 그만큼 보호됩니다. 직원들은 나를 비웃고 비아냥거렸지요. 미스터 채 있는 데서는 박스도 함부로 못 자른다고 말이지요.
오늘 아침 우체국장이 모든 직원들을 모아놓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앞으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박스를 자르지 말라고요.
<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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