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이면서도 바닷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오붓하게 캠핑을 하고 왔다. 두 시간가량 산책하면서 숲의 향기도 만끽했다. 바닷가 가까이 있는 곳이라 습기가 많은 곳에 자라는 식물들이 많았다. 쓰러진 고목 위에 진초록색 이끼가 촘촘히 덮여있었다. 또한, 그 이끼 사이로 거미줄같이 가느다란 줄기를 기둥 삼아 아기 손톱 같은 여리디 여린 잎사귀를 펼친 식물도 있었다. 벼락이라도 맞았는지 잘려나간 나무 그루터기 위로 삐죽삐죽 다시 자라나는 나무줄기도 보았다. 이건 부활하신 나무로구나 경의를 표하며 지나간다.
산책길 중간 중간에 안내판 같은 것이 있어서 뭔가 하고 들여다봤더니,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는 연어 그림이었다. 아마 물이 많았던 예전에는 연어들이 바다를 통해 이곳 강까지 올라와 알을 낳았나보다. 그림이지만 흘러내려오는 강물을 온몸으로 맞받아치는 연어의 힘찬 몸짓이 느껴졌다.
아, 그러다 가슴 속을 뭔가 훅 할퀴고 지나가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여름에 뉴스에서 본 연어 사진이 떠오른 것이다. 저 힘찬 몸짓의 연어가 아닌 피부가 터지고 상처가 난 연어 사진이었다. 폭염과 댐 건설 등으로 수온이 1도 정도 올라간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던 연어들이 상처투성이의 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란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상황은 사람으로 치면 대기 온도 38도에서 마라톤을 계속하고 있는 것과 같단다.
연어는 상처투성이가 되어서도 강물을 맞받아치며 거슬러 헤엄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니, 산란을 위해 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마치 자식을 위해 먼 곳으로 이민 와서 밑바닥부터 고생한 가장들을 떠오르게 했다. 자식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기 위해 익숙했던 곳, 안락했던 곳을 떠나 도전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일군 이민의 삶을 살아온 가장의 모습 말이다.
잘려나간 그루터기에서 줄기가 새로 싹 트고, 거미줄 같은 가느다란 줄기에서 잎을 틔우고, 고목을 휘감으며 살아내고 있는 이끼도, 모두 죽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비장한 ‘살아냄’의 모습들이다. 이 모든 모습이야말로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들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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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란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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