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처음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40%를 넘어섰다고 한다. 1인과 경제(economy)를 합쳐 ‘일코노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많은 뉴스에서는 지금이 바로 그들의 전성시대라고 일컫고 있다. 급증하는 1인 가구로 인한 사회적 변화 중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바로 그들의 새로운 소비 스타일이 만들어낸 변화이다.
시간을 내어 장을 볼 필요 없이 모든 재료가 준비된 밀키트(meal kit), 적정량의 반찬과 과일 등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들이 어느새 꽤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어머니께 등짝 한번 시원하게 맞을 가격이지만, 어찌 보면 훨씬 효율적인 것이 사실이다. 거주 공간이 크지 않은 1인 가구들을 위해 디자인된 소형 제품들도 인기다. 특별한 설치가 필요 없는 미니 건조기, 1인용 밥통, 작은 크기의 TV가 늘어나고, 침대나 소파와 같이 규모가 큰 가구들 같은 경우에는 구매 대신 대여할 수 있는 홈퍼니싱 렌탈 서비스도 생겼다.
얼마 전 나는 한국에서 몇 달 더 머물기 위해 호텔을 떠나 새롭게 지어진 거주 공간으로 거처를 옮겼다. 장기 여행객이나, 일할 공간이 필요한 프리랜서나, 빠른 출퇴근을 위해 독립을 선택하는 회사원에게 최적화되어있는 이곳은, 작은 평수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힘을 주었다. 긴 테이블에서 혼자 또는 함께 일할 수 있는 라운지, 여러 명이 동시에 요리할 수 있는 공용 키친, 1 대 1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운동 존, 안마의자와 무선 헤드셋이 진열된 휴식공간, 도심 속 캠핑과 불멍을 위한 루프톱…. 혼자 사는 작은 집에 마련하기엔 모두 불가능한 공간을 대신 제공해준다.
손가락 하나로 이뤄지는 ‘편’리미엄 서비스도 놀랍다. 정기적인 홈클리닝부터 방문객 등록까지, 앱 하나로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다. 핸드폰 뒤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 형의 집 열쇠 하나로 커뮤니티 내 모든 서비스를 사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1인 가구들은 물질적 절약보다 시간과 에너지 절약을 선택하고, 개인적 소유에 따라 달라지는 삶보다 공유를 통한 풍부한 경험을 선호한다 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SF영화에서나 볼 만한 상상 속의 미래가 문 사이로 얼굴을 삐죽 내미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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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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