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conservatism)란 무엇인가. 보수주의는 관습적인 가치와 훌륭한 전통가치를 옹호하고, 기존 사회 체제의 유지와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이념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급격한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가치로서의 보수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하거나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수주의는 과거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반동주의’와 기존현상을 유지하려는 ‘수구파’와는 구별이 된다. 한민족의 역사상 가장 현군으로 칭송 받는 세종대왕이 그렸던 이상적인 조선의 이미지는 보수적인 깊음, 즉 용비어천가에서 직설한 뿌리가 깊어서 뽑히지 않은 나무, 어떤 경우에도 마르지 않는 깊은 샘이었다.
아무리 혹독한 시련의 바람이 불고 가뭄이 계속되어도 존재의 근본이 바르고 깊으면 염려할 것이 없다는 지론이 세종대왕의 국가관이었다. 세종대왕은 집현전에서 학사들에게 인(仁), 예(禮), 덕(德)을 훈육하여 도덕적이고, 청렴하며 군왕의 잘못된 사관이나 불의에 목숨을 걸고 진언하는 보수적인 선비로 만들었다. 세종대왕은 선비들에게 군자는 덕을 생각할 때 소인은 자신의 이익만을 탐한다고 소탐을 경계했으며, 경세에 관한 깊은 배움에 정진했던 꼿꼿한 선비정신이 조선 500년의 장수 왕조를 지켜낸 근본적 요인이었다.
오늘 날 대한민국의 보수는 어떤 모습인가. 문재인 씨가 대통령 선거에서 쉽게 당선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전 새누리당인 자유한국당의 품위 있고 반듯한 보수 철학이 무너진 결과다. 나와 생각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24%의 지지자들의 기분만을 맞추기 위해 진보를 무조건 배격하고, 76%의 지지자들을 섬기지 않은 결과였다.
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최근의 모습을 비교해 보니 누가 진정한 보수고 누가 진보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나는 순수 보수주의자다. 지난 3주간 국민을 공감케 하는 파격적인 탕평 인사와 5.18 기념식에서 희생자 유족인 김희영 씨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인간적인 모습, 4당 원내 대표를 상춘재 뜰에 나가 직접 맞이하는 모습, 청와대 직원 식당에서 파격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문 대통령이 가슴으로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의 소통을 보여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찌 보수주의자라는 이유로 문 대통령을 무조건 배격할 수가 있나. 문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이다. 사람의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언로를 열어 언론과 동반해야 한다. 언론은 진정한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80% 넘는 국민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문 대통령의 새 정치에 열광하고 있다. 이 뜨거운 열기를 임기 끝까지 지속하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과욕을 자제하고 핵심과제에 집중해서 순차적으로 사회적인 개혁을 완성해 가야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피폐해진 국민의 삶을 따뜻한 저녁이 있는 인간적인 삶으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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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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