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어느 부유한 부인이 있었다. 외모는 부티가 났지만, 얼굴과 손에는 고생한 흔적이 선명히 보였다. 게으른 베짱이 남편은 일상적인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귀하신 몸이었고, 큰 사업 한답시고 여러 번 집안을 빈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주사가 심해 아내, 자식에게 언어폭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애완견 걷어차기도 일삼았다.
잦은 외도로 아내의 속을 숯처럼 검게 태웠다. 오랜 정신적 학대에 시달려, 영혼이 시든 부인은 나이가 들자 독한 마음을 먹었다. 만약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온갖 수모를 겪으며 따로 모은 재산의 일전 한 푼도 나를 평생 괴롭힌 남편에게는 남겨 주지 않으리라. 부인은 자신이 마음먹은 내용의 유언장에 서명한 후 세상을 떠났다. 과연 이러한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미국 상속법은 유언장 작성인이 상속인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자녀이건 친구이건 친척이건 상관없이 누구나 상속 계획에서 도려낼 수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경우는 다르다. 왜냐하면 일단 배우자가 되면, 법이 부여하는 특별 상속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리를 일컬어 배우자 유류분(遺留分)이라고 하며, 유언장의 내용보다 우선한다.
배우자 유류분은 유언장 내용과 무관하게 배우자를 위해 법이 보장하는 상속 지분이다. 법은 아무리 남편이 미울지라도, 백년가약으로 맺어진 배우자이므로, 재산을 보유한 아내의 사망이 남편의 생활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지분을 보장한다. 부부는 서로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에 그 뿌리를 둔 법이다. 따라서 아내가 본인 유언장에 “미운 남편에게 한 푼도 주지 않는다”라고 썼을지라도 남편은 아내의 재산 일부분을 받아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뉴욕 주에 사는 얄미운 남편들은, 아내 사망시 다음과 같은 선택권을 받게 된다: “아내의 재산 중 5만 달러를 받겠습니까, 아니면 1/3을 받겠습니까?” 바로 이 때 남편은 빨리 주판알을 튕기게 된다. 저울질하여 더 많은 지분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300만 달러의 유산을 남겨 놓았다면, 남편은 (ㄱ) 5만 달러; 또는 (ㄴ) 300만 달러의 1/3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 얄밉도록 영리한 남편은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한인들은, “배우자에게 한 푼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는다. 보통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총재산을 남긴다”라고 명시한다. 그러나 금술 좋은 부부들의 경우에도 상속인 명단에서 배우자를 고의적으로 제외시켜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한 가지 예는 한 배우자가 메디케이드를 받고 너싱홈에 입원한 경우이다. 메디케이드 수혜자가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 정부 혜택은 갑자기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황스러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한 배우자의 유언장은 이때 보통 수정되며, 입원한 배우자는 상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언장을 변경해도 정부 메디케이드 행정 기관은 너싱홈에 입원한 배우자를 대신해 상속법에 의거한 배우자 유류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너싱홈에 입원한 배우자보다 건강한 배우자가 갑자기 먼저 사망할 경우, 정부는 사망한 배우자의 재산 중 1/3을 요구할 수 있다.
메디케이드 수혜 대비용 트러스트도 집과 재산을 메디케이드 저당권으로부터 보호하지만, 배우자가 요양원에 입원한 뒤에 다른 건강한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 정부는 트러스트 재산의 1/3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노후에는 상속법, 메디케이드법, 세법이 모두 교차한다. 따라서 얄미운 남편을 요양원에 입원시켰다면, 착한 아내들은 남편보다 먼저 사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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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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