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나가던 요식업계 최근 들어 매출 감소
▶ “소비자 지출 줄였다” 집밥 늘어“외식 자제,” “지역 식당 강세 탓” 다양한 분석 쏟아져
외식산업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으스스한 ‘괴담’이 떠돌아다닌다. 괴담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대형 요식업체들이 실망스런 분기 실적과 우울한 영업전망을 잇따라 발표하면서부터 였다.
지난 2분기 던킨 도넛의 미국 내 매장 소비자 트래픽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팟벨리 샌드위치 웍스는 소비자들이 돈지갑 단속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어 조만간 영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고 맥도널드는 광범위한 외식 자제 추세로 매출에 제동이 걸렸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대형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가 인터넷을 통해 ‘레스토랑 리세션’(restaurant recession)을 경고하면서 괴담의 폭발력이 증폭됐다. 요식업은 지난 몇 년간 소매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업종이다. 따라서 레스토랑 경기불황이라는 도발적 예언은 미국 경제 전체가 또 다시 침체의 늪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여러 학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외식산업은 과연 흔들리고 있는가? 괴담의 근거를 이루는 이론의 실체를 더듬어 본다.
▲ 이론 1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이론으로 사실일 경우 경제둔화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입증하기 가장 어려운 주장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인 NPD 그룹은 패스트푸드 식당보다 한 등급 위인 패스트-캐주얼 레스토랑의 지난 분기 방문자 수는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래 처음으로 하락했다. 요식업협회 간행물인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는 상장 레스토랑의 2분기 매출 중간 낙폭(median decline)이 1.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노무라의 레스토랑업 애널리스트인 마크 카리노우스키는 “무엇을 어떻게 먹기 위해 얼마의 돈을 쓰느냐는 수 백만 명의 소비자들이 내리는 실시간 결정”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식당 매출은 경기변동의 초기신호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황의 먹구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징징거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요식업계의 리세션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두려움이 과장된 것임을 보여주는 시사점도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동력은 건강한 소비자지출이었다. 전국소매업연맹(NRF)는 높은 소비자신뢰지수를 근거로 올해 전 산업부문의 예상성장률을 상향조정했다.
일부 소매업종이 상당한 매출증가를 기록했다는 점도 밝은 경제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홈디포의 분기 수익은 6%가 증가했고 가격이 900을 상회하는 고가 아이템 판매는 8.1%가 늘어났다.
T.J. Maxx와 마셜스의 모회사인 TJX Cos의 전체 매출도 7%나 치솟았다.
요식업계 내에서도 도미노스 피자와 파파존스는 견고한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 이론 2
연방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의 대용물인 가정 식비는 지난 7월 0.2% 떨어졌고 1년 전에 비해서는 1.6% 하락했다.
반면 ‘집 밖 음식’(food away from home) 가격은 7월에 0.2%가 올랐고 1년 전에 비해 2.8% 상승하는 등 가정 식비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맥도널즈, 웬디즈와 잭 인 더 박스의 경영자들도 최근 수익전망을 통해 이 같은 패턴에 관해 언급했다. 둘 사이의 가격차가 지난 2분기 매출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 밖 음식 가격과 가정 식비 사이의 격차에 눈을 뜬 소비자들이 외식을 자제했고 이것이 레스토랑 매출부진으로 이어졌으리라는 추론인 셈이다.
홀푸즈 마켓과 같은 대형 식품 체인점이 조리식품을 공격적으로 내놓으면서 퀵-서비스, 패스트-캐주얼 레스토랑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지난 분기 외식산업의 부진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 이론 3
수익보고서가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칼린노우스키는 1년 이상 영업을 해온 미국의 25대 브랜드 레스토랑 가운데 오직 한 곳만이 이번 분기 중 5%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 매출 성장률이 5% 문턱을 넘지 못한 대형 레스토랑의 수는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가 반드시 요식업부문의 전반적 경기퇴조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초대형 레스토랑과 달리 지역 식당 혹은 독립 식당들은 분기실적을 발표하지 않는다. 칼린노우스키는 워싱턴 DC에서 지역식당인 스윗그린과 카바 그릴이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전하고 “주민들이 스윗그린이나 카바 그릴에서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게 되면 전국구 식당에 해당하는 이 지역의 치폴레나 판네라 브레드 체인으로 흘러가는 돈이 자연스레 줄게 된다”고 말했다. 대형 브랜드의 매출부진을 전체 요식업분야의 부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레스토랑 리서치전문업체인 테크노믹의 다렌 트리스타노 사장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은 그들의 구매하는 브랜드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 때문에 대형 레스토랑의 실적을 근거로 전체 요식업계의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적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마치 취미처럼 이곳저곳의 맛집을 찾아다닌다. 한마디로 브랜드 중심의 기존 외식 추세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식당이 고전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외식을 자제한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소규모 맛집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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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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