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믿어지지 않는 연속 실책 남발한 끝에 토론토에 3-6 역전패
▶ 시리즈 2승3패로 시즌 마감…추신수, PS 2호 홈런도 빛바래

3회초 솔로홈런을 때린 추신수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7회말 역전 스리런홈런을 터뜨린 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왼쪽)가 먼저 홈인한 라이언 고인스(가운데), 자시 도널드슨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5차전에서 자신의 커리어 두 번째 포스트시즌 홈런을 터트렸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눈으로 보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어쩌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해괴하고 파란만장했던 경기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3-6으로 역전패해 2승3패로 시리즈를 내주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14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레인저스는 3-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7회말 수비에서 내야수들의 3연속 에러로 무너지며 한꺼번에 4점을 내주고 자멸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타자 3명이 잇달아 상대 실책으로 살아나간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최후의 승부답게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 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그래도 첫 6회까지도 보통의 플레이오프 경기와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살얼음판 접전으로 경기는 진행됐다.
레인저스는 1회초 선두 들라노 드쉴즈가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치고 나가자 추신수의 2루 땅볼과 프린스 필더의 1루 땅볼로 그를 홈에 불러들여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선취 득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낸 추신수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혼자 힘으로 팀에 추가점을 안겼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추신수는 블루제이스 선발 마커스 스트로맨의 2구 몸쪽 빠른 볼을 통타, 라이트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394피트짜리 솔로홈런을 뿜어냈다. 추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터트린 것은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었던 2013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편 레인저스의 좌완 에이스 콜 해멀스의 노련한 피칭에 눌려 2회까지 잠잠하던 블루제이스는 3회말 호세 바티스타의 좌월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고 6회말엔 에드윈 인카나시온이 레프트 관중석 3단에 떨어지는 비거리 457피트짜리 초대형 솔로아치를 그려 2-2를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날의 드라마는 7회초 레인저스 공격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두 루그네드 오도어가 안타로 출루한 뒤 희생번트와 내야땅볼로 3루까지 갔고 여기서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추신수는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볼이 들어오자 볼을 고른 뒤 뒤로 약간 물러서며 방망이를 곧추세운 채 잠시 숨을 골랐다. 이때 블루제이스 캐처 러셀 마틴이 투수에게 던진 공이 추신수의 배트에 맞고 굴러갔고 그 사이에 3루주자 오도어가 홈으로 쇄도해 다시 리드를 잡는 득점을 올렸다.
주심은 바로 그 순간엔 볼 데드를 선언하고 오도어에게 3루 복귀를 지시했다가 추신수가 타석을 벗어나거나, 캐처의 송구를 방해할 아무런 의사도 없었던 상황임을 확인하고 레인저스의 항의를 받아들여 오도어의 득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판정을 번복했다. 그러자 블루제이스가 항의가 계속 됐고 토론토 팬들이 필드로 캔과 물병등을 집어던지는 등 격앙된 분위기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결국 30분이나 길게 끈 7회초는 추신수의 헛스윙 삼진으로 막을 내렸지만 드라마는 이때부터가 본격 시작이었다. 7회말 레인저스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말도 안되는 실책을 연발하며 자멸의 늪으로 다이빙했다.
숏스탑 엘비스 앤드루스가 평범한 숏땅볼을 놓쳤고 이어 1루수 미치 모얼랜드가 평범한 땅볼타구를 2루에 악송구했으며 번트 타구 때 3루 커버에 들어간 앤드루스가 에이드리언 벨트레의 완벽한 송구를 떨어뜨리는 등 마치 리틀리그 같은 실책을 계속 쏟아내며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다.
그럼에도 해멀스는 무사 만루에서 벤 리비어를 1루 땅볼로 유도, 홈에 뛰어들던 3루주자를 잡아내 3-2 리드를 유지한 채 구원투수 샘 다이슨에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갔으나 레인저스 수비는 여기서도 또 팀을 저버리고 말았다.
자시 도널드슨의 팝 플라이를 2루수 오도어가 판단미스로 뒷걸음질하다 놓치면서 3-3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나마 오도어가 타구를 잡아 2루로 오던 1루주자를 잡아내 실책이 아닌 야수선택으로 기록됐으나 실제론 명백한 에러였다.
분위기를 탄 블루제이스는 다음 타자 바티스타가 레프트펜스를 넘어가는 대형 스리런홈런을 터뜨려 순식간에 6-3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그것으로 승부도 끝났다. 스스로 무덤을 판 레인저스를 쓰러뜨린 KO펀치였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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