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 ‘피아노의 여제’마르타 아르게리히 연주회
마르타 아르게리히(73)가 온다고 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콘서트를 자주 취소하기로 악명 높은 연주자이기에(천하의 레너드 번스타인 공연도 세번이나 펑크냈다고 한다) 그녀가 무대로 걸어나올 때까지는 사실 약간의 조바심을 안고 있었다.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청중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아르게리히가 걸어나오자 난리가 났다. 폭포같은 박수 사이로 환호와 괴성이 들려왔고 심지어 기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피아노의 여제, 혹은 여신’ 그의 등장은 과연 그 자체로 역사의 한 장면 같은 감동과 아우라를 내뿜었다.
참으로 놀랍고 고무적인 것은 청중 가운데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다들 어떻게들 알고 왔을까 싶게 몰려든 그들의 열광은 마치 록 콘서트장처럼 클래식 음악회에서 접하기 힘든 젊음의 기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었다.
아르게리히는 이날 슈만의 피아노 콘첼토를 연주했다. 노년의 그가 가장 자주 연주하는 협주곡 중의 하나로 슈만이 아내 클라라에게 사랑의 고백으로 남긴 유일한 피아노 콘첼토, 낭만주의 협주곡의 걸작이다.(발렌타인스 데이에 일부러 맞춘 음악회였을까?)아르게리히가 의자에 앉아 건반에 손을 얹자마자 청중들은 감전된 듯 꼼짝없이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어느 작품이든지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그는 초장부터 폭발적인 열정과 물 흐르듯 유연한 프레이징을 구사하면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페이스로 끌고 나갔다. 주라이 발쿠하(Juraj Valcuha)가 지휘한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그저 비르투오소의 피아니즘에 헌정하는 연주를 충실히 들려주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으로 대단히 까다롭고 예민한, 그래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코앞의 연주회도 취소해버리는 아르게리히는 음악계의 독선적인 이단아이면서 한편 한계나 불가능이 없는 피아니스트, 사자처럼 포효하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로 음악계의 존경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 열정과 카리스마, 자유로운 영혼의 비상을 언제 또 LA에서 만나볼 수 있을지, 벌써 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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