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마다 다른 신상공개 규정의 명암
▶ 일단 명부에 오르면 무차별 신원노출로 정상적 삶 불가, 일부 주는“처벌 너무 잔인하다”나름대로 보호막 마련, “가해자들 성장환경 끔찍… 법만으로 재범확률 못 낮춰”
열두 살인 누이를 청소년 강간범으로부터 구하려다 타살당한 8세 소년 마틴 콥의 어머니 샤론 스프루일이 문상객들에 둘러싸여 있다. 16세인 용의자는 지난 3일 12세된 소녀를 강간하고, 누이를 지키려던 콥에 폭행을 가해 숨지게 했다.
‘무서운 아이’라고나 할까. 나이는 열다섯에 불과했지만 JB의 죄질은 끔찍했다. 그 어린 나이에, 그것도 자신의 누이 둘을 범했다. 달리 변명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을 저지르기 훨씬 이전부터 그는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상습적인 성폭행에 시달려온‘숨겨진 피해자’였다.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JB는 친가와 위탁가정, 입양가정을 오가며 무려 스물다섯 차례나 거처를 옮겼다. 누구에게나 내지름을 당하는 축구공 신세였던 셈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치료조차 받지 못한 병이 있었다. 병명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이었다.
JB는 청소년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일반 법원과 달리 청소년 법원은 피고의 사생활보호와 재활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러나 죄의 그림자는 길었다. 그의 거주지인 펜실베니아주가 2012년에 제정한 주법에 따라 모든 성범죄자 전과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당국에 등록을 해야 한다. 법의 취지는 명백하다. 언제 사회에 위해를 가할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시한폭탄을 철저히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또한 자명하다. 한 번 성폭력범으로 낙인찍히면 정상적인 삶은 거기서 끝이다. 시뻘건 ‘주홍 글씨’를 이름표처럼 달고 다녀야 한다.
선량한 시민의 보호가 우선인 치안당국의 시각에서 보면 JB는 재범의 우려가 있는 잠재적 성폭력범으로, 장기적인 보호관찰이 불가피한 인물이다.
문제는 일단 성범죄 전과자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면 무차별로 신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주변의 노골적인 시선과 직접적인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누구나 간단한 컴퓨터 조회만으로 성폭력 전과자들의 거주지 확인이 가능하다.
위험한 시한폭탄을 이웃 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빨리, 그리고 멀리 치워버려야 할 위험하고 지저분한 ‘쓰레기’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물론 청소년 성범죄 전과자를 위해 나름대로 보호막을 마련한 주도 몇 군데 있다.
등록법을 시행중인 주 가운데 11개 주는 미성년자가 성인재판에 회부되어 기소된 경우에 한해 이 법을 적용한다.
펜실베니아주는 강간, 가중성폭행 등 강력 성범죄로 기소된 14~17세로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부끄러운 전력을 지닌 청소년들의 신원정보를 일반에 무차별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완전한 방벽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주 경찰은 고용주를 비롯, 특정인들이 요청해 올 경우 해당의 등록 정보를 넘겨준다.
흉측한 낙인과 불명예스런 흔적을 없애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성범죄 전과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펜실베니아주의 미성년자는 등록시점에서 최소한 25년이 지나야 비로소 기록 삭제가 가능해진다.
각 주가 시행중인 성폭력 전과자 등록제는 2006년 연방 의회가 제정한 ‘아담 월시법’(Adam Walsh Act)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담 월시는 1981년 강간 전과자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플로리다 소년의 이름이다.
이 법을 수용하지 않은 주 정부는 무상으로 제공되는 수백만달러 상당의 연방법 집행 지원금을 잃게 된다.
그러나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는 월시법을 외면했다. 오히려 그 편이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하이오 대법원도 청소년 성범죄 전력자 등록제에 위헌판결을 내렸다. ‘불필요하고 잔인한 처벌’을 금지한 주 헌장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반면 펜실베니아 요크 카운티 검찰은 관련 주법을 옹호했다. 요크 카운티의 팀 베이커 수석 부검사는 “전과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혹할 만큼 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법의 취지는 공공의 보호에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 지벙검사협회 회장인 컴버랜드 카운티의 데이빗 프리드 검사는 “사실 이 법은 연방 정부의 재정보조를 앞세워 각 주 정부에 강매됐다고 보아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끔찍하고도 극단적인 케이스를 접하다 보면 이 같은 법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컴버랜드 카운티에서 이웃의 세 살짜리 여자이이를 성폭행한 한 10대 소년의 사례가 꼽힌다.
JB와 마찬가지로 이 소년의 성장환경은 끔찍했다. 그의 가정사는 포르노 영화를 무색케 한다.
가해자 역시 가정에서 끊임없이 성폭력에 시달렸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가 성범죄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프리드 검사는 청소년 성범죄 전과자 등록법처럼 예방차원의 강력한 대비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법적장치만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미성년자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거나 재범 확률을 낮추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와치’가 1만1,000명의 청소년 성폭력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이들의 재범률은 7%였다. 성인 전과자 재범률인 13%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휴먼 라이츠 와치’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전국적으로 명부에 등록된 성인 및 청소년 성범죄 전과자는 총 74만7,000명. 그러나 이 자료는 청소년 전과자의 숫자를 따로 분리해 명시하지는 않았다. 휴먼 라이츠 와치의 서베이에는 20개 주에서 281명의 청소년 성범죄 전과자들이 참여했다.
한편 이 단체와의 인터뷰에 응한 성인들 가운데에는 전과자 등록제로 인해 자살한 17세 청소년 두 명의 어머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성폭행으로 체포될 당시 각각 12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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