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루고 미루었던 돋보기를 넣은 안경, 일명 다촛점 렌즈라는 것을 끼게 되면서 그간 쓰던 안경과촛점이 많이 달라서 나름 적응 중입니다. 집안 내력이 눈이 나쁘다보니 공부를 열심히 한것도, 책을 남보다 더 읽는 것도 아닌데 노안이 다른 사람에 비해 빨라서 덕분에 일찌감치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팔순이 넘으신 아버지도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도 두분다 아주 두툼한 안경을 어려서부터 써오신 분들이라 형제들이나 조카들 가운데 빙글 빙글 돌아가는 안경을 쓰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쓰게된 돋보기를 억울해 하기 보다는 다행이 내 안경은 그리 두껍지 않은 것에 만족해 하지만 이렇게 신체적특징이나 성격의 장단점, 심지어 병력까지 가족들과 공유하게 되는 것을 볼때 가족이란 인연은 참 신기하구나 싶습니다.
불가에서는 모든 존재는 독립적일 수가 없고 서로의 존재를 의지하며 연결되어 있다고 가르칩니다. 물론 그렇지요. 누구든 타자와 삶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살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더 엄밀히 우리 삶을 살펴보면 이 가르침은 우리의 생활이 타자와 소통을 해야 살아간다는 의미를 너머서 생명그자체가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부모님이라는 직접적 인연이 존재의 시발점입니다. 그러나 부모님에게는 부모님의 부모님이 그들 생명의근원지이겠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서 가족이란 그물망을 직계로 쭉 펼쳐 놓은 후 그 중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아무나 누구 한분을 빼게 되면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립니다. 멀고 먼 과거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존재와 내 존재가 따로 각각 독립하여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의지하고연결되어 존재합니다. 그들의 존재는 나의 유전자속에 모든 정보로 존재하겠지요.
이른 나이에 돋보기 쓰기처럼 말입니다. 부모님뿐이 아니라 수많은 조상과 나의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지금 내가 되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가 존재하기 위하여서는 실로 시공을 초월한 수많은 인연이 존재해야 합니다. 한송이 국화가 피기 위해서는 해와 달과 별, 바람과 비와 구름, 적절한 토양,밤과 낮, 변하는 계절등…신기하게도 국화가 국화가 되기 위해서는 국화 아닌 우주의 모든 것들이 합하여야만 국화를 피워 냅니다. 지구로 부터 아득한 태양과 별과 달이 국화 한송이를 피우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생명의 근원되고, 멀고 먼 아열대 어느 곳에서 인가 시작되는 따뜻한 바람, 그것이 구름과 섞이고 비를만들어 내는 이 오묘한 우주의 조화가 국화를 수없이 스쳐서 국화가 피어납니다. 그러므로 국화 한송이,우리 한 존재는 오직 독립적인 나라고 할 수 없는 수많은 타자들, 즉 우주전체가 연결되어서 혹은 참여하여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타자들은 내 생명의 근간이고 나역시 그들 생명의 근간입니다. 가을도 저물어 가며 추수감사절이 다가옵니다. 우리의 생명에 동참하여 나를 여기 있게한 삶의 근원을 돌아보는 시절입니다. 그대가 있으므로 내가 있으니 감사합니다. 내가 있으므로 그대가 있을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만물이 있으므로 은혜속에 더불어 살게되니 감사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교당 이성하 교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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