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에 보면 예수님의 이름이 여러 개 등장한다. ‘인자(Son of Man),’ ‘하나님의 아들(Son of God),’ ‘메시아’와 ‘그리스도,’ ‘주(Lord),’ 그리고 ‘구원자(Savior)’ 등이다. 이 모두가 그분이 이 땅에 오셔서 이루신 일들의 특성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 중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임마누엘’이다. 이는 마태복음 1장의 예수님의 탄생 기사에 나오는 것으로서, 예수님이 어떤 분으로 이 세상에 오셨는가를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소중한 이름이다.
‘임마누엘’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수 있을까? 그렇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신다. 그 함께하심이 바로 임마누엘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이 땅 강림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이 어떤 것인가를 현실화시킨 아주 중대한 사건이었다. 다른 종교들은 다 ‘상승(上昇; ascension)’의 종교들이다.
내 측에서 신을 향해, 또는 신의 경지를 향해 ‘올라간다.’ 그 도착지점이 어디가 될 지 불분명하지만, 그들은 그곳에 이르기 위한 무한 구도(求道)의 여정을 떠난다. 특히 강한 도덕성을 추구하는 종교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기독교는 그 반대다. 기독교는 우리의 ‘위대한 상승’이 아닌, 하나님 그분의 ‘위대한 하강(下降; descension)’에 속한 종교다. 그리고 그 하강의 동기는 한계 많은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신 데에 있다. 이 구도가 갖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잘 기억할 때 기독교 신앙은 성립된다. 이 위대한 하강 사건으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은 ‘교제’다. 위대하신 하나님과 죄인인 우리 사이에 교제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보면 대단히 황송한 일이나, 그 황송함 속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과 감격을 유지하면서 우리는 하나님과의 풍성한 교제를 나눈다. 세상에, 축복도 이런 축복은 없다!그 교제의 특성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더 구체적인 신앙행위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기도다. 기도는 정말 신비한 영역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다 아신다. 하지만 기도하라고 하신다. 미스테리 아닌가? 다 아시면서 기도하라 하시니 말이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필요 그 자체에 눈이 어두운 우리와 교제하고 싶으셔서다. 아들이 원하는 걸 모르는 부모는 없다. 아들은 자기가 원하는 그것에 온통 눈이 팔려있지만, 부모는 그런 빈약한 아들과의 깊은 교제를 원한다. 기독교에서 기도란 바로 이런 의미를 지닌 역설적인 영적 행위이다.
얼마 전, 한 교우가 내게 이런 부탁을 했다. “목사님, 기도 빵빵하게 해주세요!”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목사인 내가 기도하면 하나님이 더 잘 들어주실 거라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워낙 다급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던 나로서도 그의 부탁대로 정말 기도 빵빵하게 했다. 그랬더니 해결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기도의 빵빵함이라는 게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신통력’의 주제 같은 것일 수는 없다. 이 말은 오히려, 우리를 위해, 우리와 교제하시기 위해 위대한 하강을 하신 임마누엘 하나님과의 두터운 교제를 위한 다른 표현에 불과하며, 또 그런 교제를 원하는 나의, 그 교우의, 그리고 온 그리스도인들의 절실한 마음 같은 것일 게다. 목사님, 기도 빵빵하게 해주세요! 그래선지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더 친근하게만 느껴진다. 빵빵하게 기도할 때,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과 더 깊고 더 풍성한 교제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빵빵하게 기도하는 자, 우리 주변에서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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