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환자인 수잔 브라운(74)이 아들 데이비드와 함께 치매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 미국의 65세 이상 알츠하이머 환자는 470만 명으로 집계됐으나 2050년에는 1,380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가 황혼녘이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도 노을이 짙어지는 황혼기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기는 최악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여름내 땀 흘려 추수하지 못한 자는 추위에 떨 것이고, 육신이 가난한 자는 질병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가장 겁내는 노년의 질환은 단연 치매다.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는 삶의 기억도, 지켜야 할 자존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알츠하이머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고약스런 병이다.
삶의 기억도 지킬 자존심도 존재 않는‘몹쓸 병’
2050년엔 환자 1380만명 의료경비 1조달러 추산
연방정부, 민-관합동 치료약 개발 프로젝트 진행
역대 대통령 가운데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로널드 레이건은 퇴임 후 알츠하이머의 덧에 치여 사실상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세계 최강국의 최고 권력자도 치매 앞에선 무력했다.
미국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오는 2050년 무려 1,3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비 부머들이 인생의 ‘황금기’로 접어든데 따른 결과다.
최근 신경학과 전문지인 ‘저널 뉴롤로지’에 게재된 보고서는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의 발병률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노인성 치매환자들을 돌보는데 들어가는 경비가 2050년에는 연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알츠하이머는 진행성 뇌질환으로 환자의 기억과 인지능력을 손상시킨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삶의 주권을 완전히 잃게 된다. 사고가 정지되고 기억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욕망과 본능의 잔재 위에 오작동하는 육신뿐이다.
과학기술은 나노의 세계를 거닐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아직도 알츠하이머가 어떻게 시작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뇌에 플라크가 끼고 조직이 엉키면서 신경을 서서히 죽이고 뇌의 부피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현재 전체 치매 케이스의 60~80%는 알츠하이머에 의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는 나이가 들수록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2000년에서 2008년에 이르는 기간 유방암과 전립선암, 심장질환, 뇌졸중, HIV 감염 등에 따른 사망률은 줄어든 반면 유독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3분의 2가량 늘어났다. 70%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이 모두가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난데 따른 부정적 부산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치매환자가 급속히 늘어날 것에 대비, 의사와 연구원 그리고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환자를 위한 신약도 개발해야 하지만 간병인들이 겪어야 하는 감정적, 물리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
치매는 환자보다 간병을 담당해야 하는 주변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환자는 존재의 기억을 상실하지만 그에 따른 온갖 부작용과 부담은 고스란히 간병인들에게 돌아간다. 알츠하이머가 부부 간의 금실을 깨고 자녀의 효심을 죽이는 병이라는 지적은 그럴듯하다.
캘리포니아 노화국 국장인 로라 코놀리는 가주의 알츠하이머 환자 인구가 오는 2030년까지 12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룻밤 사이에 갑작스레 환자 숫자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정부와 가계에 가해지는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국적으로 알츠하이머 환자가 2050년까지 1,38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은 시카고 지역의 노인 1,913명을 대상으로 1997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이루어진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카고 소재 노화 연구단체인 ‘러시 인스티튜트 포 헬시 에이징’은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1,913명을 대상으로 3년마다 한 번씩 치매 평가검사를 했다. 3년 단위로 대상자의 집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면담을 하는 한편 치매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 이들의 병원기록을 검토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다양한 인종적, 사회 경제적, 교육적 배경을 지닌 최소한 65세 이상자들로 구성됐다.
연구가 진행된 기간에 402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예상했던 대로 치매 발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졌다.
연구팀은 모형을 이용해 여기서 추출한 결과를 전국적인 수치로 확대해 치환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그 결과 2050년까지 알츠하이머 환자 인구가 1,38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끔찍한 결론’을 끌어냈다.
연령별로는 2050년을 기준으로 65~74세 알츠하이머 환자가 130만명에 달하고 75~84세 그룹에서는 540만명, 85회 생일을 넘긴 고령자 가운데서는 700만명의 환자가 나올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65~74세 인구의 3.3%, 74~84세 연령층의 18.5%, 85세 이상 고령자 인구의 36.6%가 알츠하이머에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알츠하이머협회는 현재 환자들의 치료비로 들어가는 액수만도 연간 2,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400억달러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보험으로 지급된다. 치매환자의 치료 경비 대부분을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셈이다.
2050년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관련 경비가 연 1조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1세대 베이비부머 연령이 75세를 넘기게 되면 그 아랫세대들이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는 연방 정부는 2011년 전국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를 발진시키며 임박한 위기에 맞설 대세를 갖추었다. 알츠하이머 연구 및 지원에 관여하는 민관기구들과 비영리 단체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포괄적인 치매환자 치료법과 간병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차 목표는 2025년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있다. 현재 연구원들은 알츠하이머의 초기 증상을 밝혀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면 이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전국 규모의 노화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닐 버크홀츠는 “앞으로 5~6년 뒤에는 지금 개발 중인 신약의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약의 우선 목표는 알츠하이머 치료가 아니라 발병속도 조절이다.
알츠하이머 연구를 위한 연방 정부의 자금지원은 2011년의 4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 달러로 늘어났다. 오바나 행정부는 2013년 예산안에 3,000만달러의 추가 지원금을 신청한 상태다. 미국은 알츠하이머와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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