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꾸준히 이어지던 성인 흡연자 감소세가 불경기와 담배가격의 현기증 나는 상승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담배 끊기는 쉽지 않다. 흡연가의 신년 결심에는 거의 매년 단골 메뉴처럼 금연이 끼어들지만 대부분‘작심삼일’로 끝난다. 그 대상이 무엇이건 중독은 풀기 어려운 족쇄다. 한 번 빠지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바닥 없는 허방과 같다. 금연은 애연가들에게 분명 버거운 도전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이 수백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정기적인 흡연자거나 골초라 해도 얼마든지‘금연 성공신화’를 쓸 수 있다.
일단 마음의 각오 다지면 절반은 이긴 싸움
최소 나흘만 버티면 최악 고비는 넘기는 셈
‘금연 결심’ 널리 알리고 처방약도 고려해 볼만
현재 미국인 성인들 가운데 19%가 담배를 피운다. 반세기 전 미국 공중위생국장이었던 루터 테리가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를 결성했을 당시의 흡연율인 42%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진 수준이다.
근년 들어 흡연구역 제한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강화되면서 담배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한동안 꾸준히 이어지던 성인 흡연자 감소세가 불경기와 담배가격의 현기증 나는 상승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정기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미국인 인구는 4,500만명을 헤아린다. 이들은 제 삶을 갉아먹는 미련스런 집단이다. 평생 흡연자들의 수명은 평균 10년이 단축된다.
흡연자들 가운데 절반은 폐암을 비롯한 흡연관련 질환으로 숨진다. 그 나머지도 대부분 흡연이 초래한 만성 질병으로 장기간 고통을 받게 된다. 상식선에서 보면 흡연은 어처구니없는 자해행위다.
지방 정부들이 다투어 부과한 이른바 ‘죄악세’로 흡연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담배 값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의료경비다.
낸시 리지오티 박사는 지난달 미의학협회 저널 기고문에서 흡연과 관련한 질병으로 인한 의료경비가 연간 9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듯 백해무익한 물건이지만 담배에 대한 기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금연에 성공한 일부 성인 흡연자들이 비운자리는 새롭게 담배 맛에 길들여진 청소년과 젊은이들로 금방 채워진다.
담배제조사들도 표적 광고와 거저주기 판촉 등을 통해 이들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흡연인구에 새롭게 편입되는 젊은이들의 수는 80만명을 헤아린다.
연령대별로 보아도 미국 최고의 ‘굴뚝’층은 40%의 흡연율을 보이는 18~25세 그룹이다.
담배를 끊으려 결심한 흡연자라면 먼저 인터넷에서 ‘금연 가이드’ (Guide to Quitting Smoking)부터 내려 받는 것이 좋다. 금연 가이드에는 성공적인 ‘담배 끊기’를 지원하는 도구에 관한 소개와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다.
수백명의 골초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했다고 자부하는 매서추세츠주 노스햄턴의 리처드 브룬스윅 박사는“ 니코틴 중독을 깨뜨릴‘ 마법의 알약’이나 처방은 존재하지 않지만 담배를 피우는 이유와 흡연 욕구를 억제할 여러 도구들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악마의 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흡연을 통해 흡수된 니코틴은 곧바로 뇌에 작용해 휴식의 느낌을 제공하고 약간의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움으로써 날려 버리고 싶은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니코틴 금단의 결과라는 사실을 모른다. 흡연은 금단증상을 확대 재생산해 니코틴 중독을 심화시킨다.
금연에 따른 신체적 금단증상은 지속성이 짧다. 나흘만 버티면 최악의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반면 담배 한 개비에 대한 감정적, 정황적 충동은 오래 간다. 이것이 금연이 어려운 이유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근무시간에 잠깐 휴식을 필요로 할 때,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과 씨름을 할 때, 커피나 술을 마신다든지 다른 흡연자와 한 공간에 있을 때 ‘담배 한 대’의 유혹이 해일처럼 밀어닥친다.
따라서 금연을 하려면 이런 ‘흡연 고리’를 산책, 무가당 껌씹기, 심호흡 등과 같은 다른 행위로 대체해야 한다. 강력한 흡연 욕구가 물러갈 때까지 대체 행동에 의지해 버텨내라는 뜻이다.
브룬스윅 박사는 만약 금연시도에 실패한 적이 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한 후 다른 방법으로 재시도를 하라고 충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금연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
일단 동기부여가 되면 절반은 이긴 싸움이다.
브른스윅 박사는 금연에 도전했다 며칠 만에, 혹은 몇 주 만에‘ 파계’를 했더라도 다시 상습적 흡연으로 복귀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실패를 자인하고 유혹에 굴복하는 대신 그 때부터 다시 금연을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다.
미국 암협회에 따르면 외부지원 없이 첫 번째 시도에서 금연에 성공하는 확률은 4~7%에 불과하다.
지원의 손길은 곳곳에 널려 있다. 미국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을 위한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 지원그룹이나 ‘니코틴 어노니머스’(Nicotine Anonymous)도 큰 도움이 된다. 지역 병원이나 암협회 무료전화(800-227-2345)로 연락을 하면 지원그룹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문 상담원들은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을 경우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리라고 권한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 지켜보는 눈길을 만들어놓으면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체면을 구기기 싫어 자제를 하게 된다.
담배도 날을 잡아서 끊는 것이 좋다. 암협회는 D-데이를 정한 후 이날을 기해 집과 사무실, 차 안의 흡연관련 용품을 모두 버리고 필요한 금연용품들을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암협회에 따르면 금연 첫 날에는 가급적 바쁜 일정을 보내고, 물이나 주스를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금연 패치라든지 니코틴 막대사탕 등 지원 도구들이 많이 나와 있으나 이들의 효과를 입증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전자담배도 마찬가지다.
최면이나 침술로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이 더러 있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처방약인 자이반(Zyban))과 찬틱스(Chantix)는 효과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가운데 자이반은 니코틴 욕구를 줄여주는데 특효를 지닌다. 이에 비해 찬틱스는 니코틴을 받아들이는 뇌의 수용체를 차단해 흡연의 기분 좋은 효과와 니코틴 금단증상을 동시에 막아준다.
금연은 어렵다. 그러나 보상은 크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당장 담배부터 끊고 볼 일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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