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나 음식 만들기가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주 가벼운 신체활동도 수명을 늘려준다.
활동적인 사람이 온종일 책상 앞에 눌러앉아 지내는 사람보다 장수한다는 것은 이제‘만인의 상식’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신체활동을 어느 정도 해주어야 수명연장의 효과를 볼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딱 부러지는‘정답’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은 상대적인 수명연장 효과가 높은 신체활동에 관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그 중에서도 35~55세에 속한 영국 중년 공무원들의 건강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가장 눈길을 끈다. 참여자들은 10여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개인의 건강에 관한 질문서에 답변했다.
하루 10분 정도 운동만으로도 2년 더 살아
신체활동 강도 격렬할수록 효과 훨신 커져
비만·부정기적 운동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
질문서는 지난 1개월간 행한 남녀 공무원들의 신체활동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예를 들어 산책, 정원일, 가사노동, 수영과 사이클링 골프, 축구 등 운동을 하거나 앞마당 잔디 깎기, 주택수리 등을 하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소상하게 답변하라는 식이다.
연구원들은 각 개인의 신체활동을 강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설거지와 요리는 ‘가벼운’(mild) 운동, 잡초 뽑기와 빠른 걸음으로 걷기는 ‘온건한’(moderate) 수준의 운동, 잔디 깎기와 수영은 ‘격렬한’(vigorous) 운동으로 지정됐다. 잔디 깎기의 경우 제초기 차량을 운전하는 것은 신체활동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밝힌 일상적인 신체활동의 정도를 이들의 사망기록과 정기적으로 대조한 연구원들은 설거지나 음식을 만드는 등 기본적인 가사노동을 통해서도 수명을 늘리는 건강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수명연장 효과는 신체활동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거지나 요리에 그치지 않고 정원을 손보고 집을 수리하는 부지런한 ‘살림꾼’은 수명연장이라는 기막힌 보너스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열심히 집안일을 거들어 배우자에게 점수 따고 생명까지 늘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연구원들은 신체활동에 의한 수명연장 효과는 운동시간보다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올해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의 내용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코펜하겐의 과학자들이 작성한 이 논문은 놀이삼아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아마추어 성인 사이클리스트 5,106명을 1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사이클리스트들은 그들이 하루 몇 시간씩 어느 정도의 강도로 자전거를 탔는지 연구원들에게 수시로 알려주었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이들의 사망기록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장기연구를 진행한 연구원들은 천천히 페달을 밟는 사람들보다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타는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이 더 오래 산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기적으로 ‘빡세게’ 자전거를 타는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이 느긋한 속도를 유지하는 동료들에 비해 평균 4~5년을 더 살았다.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자전거로 건강장수 효과를 얻으려면 빠른 속도로 달리라는 거다.
하지만 수명을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고강도 운동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대표적인 학자로 하버드 메디칼 스쿨 교수 아이민 리 박사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국립암연구소의 교수들과 공동으로 운동과 수명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아이민 리 박사는 최근 PLoS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서 “중요한 것은 전체 에너지 소모량이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진땀을 빼느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리 박사는 지난 수십년간 국립암연구소의 연구에 참여한 미국인 성인 65만명의 신체활동,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 사망률 등의 자료를 종합해 비교 분석하는 접근법을 사용했다.
리 박사와 연구팀은 또 자원봉사자들의 신체활동을 정부가 건강유지를 위해 권장하는 주당 150분간의 온건한 운동과 비교했다. 온건한 수준의 운동은 앞서 말한 빨리 걷기 등을 포함한다.
조사 결과 정부의 권장량에 해당하는 운동을 한 사람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 3.4년을 더 살았다.
빠른 속도로 주당 150분, 그러니까 평일 기준으로 하루 30분씩만 걸어도 만만치 않은 수명연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집안 수리를 하거나 페인트칠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약간 버겁다 싶은 집안일이야말로 돈 안 들고 효과 확실한 최고의 ‘불로장생초’인 셈이다.
한편 정부가 권장하는 수준보다 격한 신체활동을 더욱 오래하면 생명줄 역시 조금 더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과 강도를 정부 권장수준의 두 배로 늘린다 해서 수명연장 효과 역시 배가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수명은 10개월 정도 추가된다.
신체활동이 가져오는 수명연장 효과는 과체중, 혹은 비만인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설사 살을 빼지 못한다 해도 잔여수명을 늘릴 수는 있으니 운동은 비만자에게도 전혀 손해날 것 없는 확실한 투자다.
게다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고 띄엄띄엄 해도 수명을 추가할 수 있다.
국립암연구소의 리서치 펠로우이자 연구를 주도한 스티븐 무어 박사는 하루 10분 정도 걷는 아주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수명을 거의 2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운동과 수명연장의 상관관계는 하루 65분간의 걷기에 해당하는 활동수준에서 극대화된다. 이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하버드 메디칼 스쿨의 아이민 리 박사는 “이 모든 결과는 완만한 수준의 신체활동이 분명한 수명연장 효과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리 박사는 그러나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강도 높은 운동이 에너지 소모에 의한 위험을 축소하는 것 이상의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해 보면 이렇다. 앞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 혹은 집수리를 할 때 조금 더 힘을 쏟아 부으면 잔여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굳이 활동의 강도를 높이고 싶지 않거나, 마음은 있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라면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아이민 리 박사는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수명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활동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극대화된다며 “이렇게 보면 아침 식사 후의 설거지는 지겨운 가사노동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유익한 운동인 셈”이라고 말했다. 적극적 가사분담을 하는 부부가 건강하게 산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