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샌디’로 미국 뉴욕에 물난리가 났을 때 맨해튼의 지하창고에 보관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유가증권이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맨해튼 워터 스트리트 55번지에 있는 지하창고(DTCC)에는 총 130만장의 무기명 채권과 주식 증서 등이 보관돼 있는데 `샌디’로 이 지역이 물바다가 됐을 때 이들 유가증권도 모두 물에 잠겼다.
창고는 도이체 방크와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 등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공동 운영하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유가증권이 보관돼 있는지, 누구의 소유인지 등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뉴욕포스트는 이 사건이 월가 최대 미스터리로 남아 있고 DTCC 측도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한 소식통은 약 700억달러(76조원 가량) 규모의 무기명 채권이 물에 젖은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골드만삭스가 취재에 응했지만 상당히 조심스런 반응이었다.
이 은행의 마이클 더밸리 대변인은 창고에 보관된 무기명 채권이 100만달러에 약간 못 미친다고 확인하면서 침수 때문에 망가졌다면 본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시간쯤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실제 피해액은 1만달러도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TCC의 주디 이노샌토 대변인은 "다양한 증서와 채권이 손상됐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 보안상의 이유로 액수를 밝히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창고는 930㎡ 면적에 지하 1∼3층 구조로 이뤄졌으며 침수피해 당시 하수와 기름 성분까지 더해지면서 유가증권 대부분이 `죽’처럼 걸쭉하게 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구작업을 맡은 회사 측도 "창고에 얼마가 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은행과 고객 사이의 문제"라며 철저하게 함구했다.
기록에 따르면 1990년대 이 창고에는 총 3천200만장의 유가증권이 보관돼 있었고 3분의 2가 무기명 채권이었다.
이후 만기가 된 채권이 창고를 빠져나갔지만 2003년 말까지만 해도 540만장의 무기명 채권이 보관돼 있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물에 잠긴 유가증권을 복원하는 유일한 방법은 냉동과 건조를 반복하는 것이다.
차가운 진공 공간에서 압력을 낮췄다가 열을 가하기를 반복하면 지폐에 스며든 물기가 증발하게 된다고 한다.
은행권은 이중삼중의 보안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이런 작업을 수행하게 되며 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는 최소한 20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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