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방문후 입국시 억류 “구금 정당화 문서 없어”
▶ 이민 법원서 기각 판결 “무리한 단속 증명 사례”
한국을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억류돼 4개월 넘게 이민구치소에 수감됐던 한인 영주권자 김태흥(미국명 윌 김)씨가 전격 석방됐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NAKASEC)에 따르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김씨를 텍사스주 레이먼드빌의 ‘엘 발레’ 이민구치소에서 지난 15일 석방했다.
김씨는 텍사스 A&M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연구를 진행해 온 과학자로, 지난 7월 초 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 혼자 귀국하는 길이던 7월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입국심사 과정에서 세관국경보호국(CBP)의 2차 심사 대상자로 분류돼 영문도 모른 채 붙잡혔고, 이후 100일 넘게 구금됐다.
구금 사유로는 김씨가 2011년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거론됐다. 당시 김씨는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CBP는 “영주권자가 신분에 어긋나는 마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출두 통지가 발부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교협은 해당 혐의가 13년도 더 지난 경미한 사건인데다 이미 처벌을 마친 사안이라 구금 조치는 과도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사건은 이민법원 심리에서 연방 국토안보부(DHS)가 체포·구금을 정당화할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급반전됐다. 미교협에 따르면 DHS는 기한 내 항소도 제기하지 않았고, 결국 재판부는 사건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ICE는 김씨를 추가로 4일 더 구금한 뒤에야 석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교협은 김씨의 구금이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마구 사람을 잡아 가두는’ 위험한 조치가 남발되는 가운데 일어났으며 미국의 법치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CBP와 ICE의 비인도적 행위와 불법 구금을 강력히 규탄하며,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박해의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미교협은 김씨가 체포된 뒤 캘리포니아·애리조나·텍사스 등 세 주의 구금시설을 전전하며 기본적인 법적 절차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교협 나눔터의 김갑송 국장은 “이번 사례는 이민당국의 무리한 단속과 비합리적 구금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석방을 위한 커뮤니티의 연대는 상당한 규모였다. 김씨 가족이 미교협 이민자 단속 대응 핫라인에 도움을 요청한 뒤, 미교협과 여러 한인·아시아계 단체들은 캠페인을 조직해 총 140통이 넘는 전화, 2,000건 이상의 청원서, 120건 이상의 이메일을 연방의원 및 주요 기관에 전달했다. 미교협은 연방 의원실과 8차례 면담을 진행했고, 지난 8월에는 미국을 방문했던 이재명 대통령과의 동포간담회에서 김씨의 어머니가 쓴 손편지가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되기도 했다.
한영운 미교협 조직국장은 “집단 행동의 힘이 이번에 증명됐다”며 “각지에서 김씨를 위해 목소리를 낸 이들의 노력으로 부당한 구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에 대한 공격적 정책은 실제 문제를 가리는 전략일 뿐”이라며 “법적 절차를 무시한 단속과 구금이 일상화되는 상황을 미국 사회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교협은 앞으로도 이민자 권리 보호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는 “김씨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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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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