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가 늦어도 내년 1분기 내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미주 한인사회는 이번 협정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한인들이 양국 간 교역량 증가와 투자 확대로 사업과 일자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여기에 정치, 군사, 문화에 이어 경제까지 하나로 묶이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국제·정치적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 국회 비준을 앞두고 일부 한인 관변· 보수단체들은 앞 다퉈 한미 FTA의 한국 국회 조속 통과를 요구하며 비준에 반대하는 야당 인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주 한인들의 바람처럼 한미 FTA가 정치·경제적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미 FTA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확대시킨다. 신자유주의는 한마디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낙오된 자는 도태되고 마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조다.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국가별 국민소득과 교육수준, 평균수명, 유아 사망률 등을 종합 평가해 매년 내놓는 인간개발지수(HDI) 순위에서 한국과 미국은 소득불평등지수 적용 시 각각 32위와 23위를 기록했다. 양국의 경제규모와 비교해 보잘것없는 결과다. 해마다 그 순위도 뒤로 밀리고 있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전 사회적으로 적하효과(Trickle-Down)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철폐·인하로 경제성장의 열매를 소수가 독
점하는 구조를 만들어 논 대가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외쳐 온 ‘상생’도 이미 속빈 강정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정부가 재벌 눈치를 보면서 ‘원가 후려치기’같은 탈법적 약탈 행위를 단속할 강력한 규제 수단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 구조 하에서는 한미 FTA와 같이 정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경제 환경 변화로 혜택을 보는 소수 대기업들의 이익이 중소 하청업체와 회사 근로자 그리고 전 사회로 골고루 분배될 리 만무하다. 한미 FTA가 심각한 빈부격차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인 커뮤니티라고 예외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한미 FTA와 미주 한인 경제권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 자료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주미한국대사관, LA 총영사관, 코트라, 워싱턴 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 등에 문의한 결과 돌아온 답변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예산 타령에서부터 시작해 사석에서 만난 한 영사는 ‘엄연히 미국 경제권에 속하는 한인들을 위해 나설 이유가 없다’고 오히려 항변한다. 한국정부 담당 공무원의 태도치고는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발효까지는 서너 달 시간이 남았다. 미주 한인사회가 지금이라도 한미 FTA를 보다 성숙한 자세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일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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