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와이드 인터뷰Ⅱ 워싱턴 온 국제형사재판소 송상현 소장
국제형사재판소(ICC)란 국제기구가 있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본부를 둔, 반(反) 인류범죄 및 전범을 단죄하는 세계 유일의 영구적 형사법원이다. 송상현 소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09년부터 이 재판소장을 맡고 있다. 월드뱅크 컨퍼런스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송 소장을 만나 국제형사재판소 업무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국에 오신 목적은?
워싱턴의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14일부터 17일까지 ‘Law, Justice and Development Week 2011- Innovation and Empowerment for Development’란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데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생소한 주제의 컨퍼런스인데 어떤 내용인가?
이번 컨퍼런스는 ‘Justice’와 ‘Development’라는 전형 상이한 개념이 세계 최초로 만나는 장이다. 세계 최대의 원조은행인 월드뱅크는 수원국(受援國)이 나쁜 정부일 경우 대외원조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국제형사재판소와 공조하면서 수원국이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 대외지원을 받을 국가적 준비태세가 돼 있는지를 결합하게 됐다. 월드뱅크에서는 원조를 해주되 문제가 커지면 ICC가 개입하는 방식이다. 국제사회 시스템에서의 새로운 트렌드다. 내가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내 열리게 됐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
집단 살해죄, 전쟁 및 침략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한 상설 국제법정이다. 2002년 출범했다.
개별국가가 해당 범죄자의 기소를 꺼릴 경우, 국제형사재판소의 독립검사가 기소권을 가질 수 있게 함으로써 개별국가의 관할권을 넘어 반인도적 범죄를 인류의 이름으로 단죄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적 사법 시스템인 것이다. 정의의 실현 없이 지속가능한 평화는 없다가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와의 차이는 뭔가?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 간의 문제에 국한돼 활동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우리는 카다피처럼 악독한 독재자를 붙잡아 처벌한다.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독재자들에 경고와 억지, 예방의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독재자 처단이 명분이지만 주권침해 우려나 해당국의 반발은 없나?
그래서 ICC는 4가지 소관 범죄만 다룬다. 수사와 처벌은 그 나라 사법부의 책임이며 만약 그 국가의 사법부 체계가 수사, 처벌이 불가능할 경우나 할 의지가 없을 경우에 한해 우리가 개입한다.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사망하기 전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현재 ICC의 가장 큰 이슈는 뭔가?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와 친인척인 압둘라 알-세누시 군 정보국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했다. 민간인 살해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수단의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한 상태다. 케냐의 현직 장관 6명도 걸려 있다. ICC가 발부한 영장은 시효가 없어 언젠가는 단죄된다.
-카다피의 차남 체포에 진전은 있나?
카다피처럼 현장에서 잡히면 맞거나 죽는다. 우리에 자수하면 ICC 감옥이 그들에게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가장 보장할 것이란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카다피 아들과 우리 검사와 자수를 위한 물밑 협상을 했는데 틀어진 걸로 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상태인가?
ICC 검사가 지난해 12월, 자기 직권으로 예비심사를 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등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인데 한국에 자료 요청을 해 전달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에 공문을 보냈으나 지금껏 아무 반응이 없다. 중국을 통해 회신 노력을 했지만 여의치 않다. 검사가 하는 일이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구체적 내용은 모른다. 수사협조가 여의치 않으면 수사 팀을 현지에 보낼 수도 있다.
-ICC가 미가입국인 북한 내부 문제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조사할 수 있나?
비회원국 문제라도 유엔 안보리에서 회부하면 ICC가 할 수 있다. 리비아도 비회원국이었지만 안보리 회비로 우리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수단도 마찬가지다. 시리아도 안보리가 회부하면 ICC가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전이나 베트남전에서 이뤄진 민간인 학살 등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나?
ICC는 과거의 행위는 조사하지 않는다. 회원국에 가입한 날 이후 문제만 관할한다. 불소급 원칙이다.
-앞으로 역점을 둘 사항은?
현재 119개국이 회원국이다. 내 임기중 10개 나라가 가입했다. 회원국이 증가 추세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미가입 상태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가입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종국 기자>
◆송상현 소장은 누구인가
송 재판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코넬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 행정고시(14회)에 합격했으며 이듬해인 1963년 사법고시(16회)에 합격했으나 학계를 선택했다. 1972년부터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서 교수로 활동,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국제거래법학회 회장, 한국 법학교수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사법시험위원, 변리사 시험위원, 입법고시 위원을 지낸 법학계의 권위자다. 2003년부터 ICC 재판관으로 활약해왔으며 2009년부터 임기 3년의 재판소 소장을 맡고 있는 등 국제적 신망이 높다.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인 고하 송진우 선생의 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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