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넘어뜨리면 다시 예전 상태 그대로 다시 일어난다. 어떤 베개는 머리를 얹었다 떼면 다시 원래 상태로 복귀한다. 오뚝이나 혹은 그 전 상태의 모양을 기억하는 이상한 베개처럼 우리는 무언가 나쁜 경험으로부터 회복되면 마치 이 전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 상태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는 습성이 있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건실하다고 평가 받았던 나라들이 국가부채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멀리 그 곳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도 간신히 채무불이행을 모면한 상태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시점에서 새삼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말한 것처럼 현재의 경제위기가 회복된다 해도 그 이전의 호화스러웠던 시대와 똑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택이나 증권, 비즈니스나 투기 등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 그 날이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면 우리는 매일매일 신문이나 방송의 경제소식에 한숨만 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황기 때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기를 바라기보다 경제 위기 때 당한 고통과 어려움을 거울삼아 어떻게 경제를 풀어나갈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이다.
기독교 상담을 가르치거나 상담을 직접 하다 보면 바로 이러한 갈등에 힘들어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저 인간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데 왜 여전히 우리 아들이나 딸이 마땅치 않은 모습을 여전히 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기대의 불일치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위기를 가져온 상황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위기 상황이 전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엄연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면 그럼 도대체 치유가 무엇이냐고 물을 법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치유는 이루어진다. 다만 치유가 곧 그 이전 상태로, 그 자리로 완전히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바람을 피운 남편이나 아내가 용서를 빌고 회개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바람 피우기 전의 상태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한인 아이들이 학교에서 백인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었다고 치자. 못된 백인 아이들을 처벌한 후에 한인 아이는 다시 천진난만한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한 번 마약에 심하게 손을 댄 아이가 비록 그 어두운 골짜기에서 용케 헤쳐 나왔다고 해서 마약을 하기 전의 상태를 유지하며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주위 사람들의 인내가 필요하다. 이 문제만 해결되고 치유되면 다시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것을 상대방에게 주문하는 것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병세만 더 크게 키우는 꼴이 된다. 비록, 아이가, 혹은 남편이나 아내가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레 짐작으로 그들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그들도 변하기 위해,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회복은 과거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 삶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어둠에서 헤쳐 일어나 거기서 배운 교훈을 잘 깨달아서 다시 자기의 삶과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민 가정들이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행복했고 잘 나갔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의 어려움과 갈등들을 인정하고 비록 과거에 비해 좀 부족하더라도 서로를 인정해주며 격려하는 분위기가 우리 한인 가정과 사회에 그리고 교회에 넘쳐나기를 바라본다.
장보철
워싱턴 침례대학 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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