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의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상상해보자. 의사가 특정 약을 처방할 때마다 제약회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구조라면, 그 의사가 아무리 선의로 행동하더라도 그 처방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있을까? 사실 금융 산업의 구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탁자’(Fiduciary)라는 단어는 법률 용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법적으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사람이다. 회사도, 상품 제공자도, 자신의 보너스도 아닌 ‘오직 고객의 이익이 우선’이다. 이 기준은 변호사에게 적용되는 것과 동일하고, 우리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바로 그 기준이기도 하다. 즉 이 사람이 누구 편인지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관계이다. 이미 계약 자체에 그 답이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에게 투자와 관련해 조언을 하고 있는 네 가지 유형을 살펴보겠다.
1. 판매자형 전문가
브로커, 등록된 대표(Registered Rep), 일반적인 보험 설계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거래가 이루어질 때 수익을 얻으며 ‘적합성 기준’을 따른다. 이들이 판매하는 증권의 경우에는 2020년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Reg BI’ 규정이 적용된다. 이 규정은 ‘수탁자’ 의무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상품이 단지 ‘적절하기만 하면’ 되며, 반드시 당신의 이익에 ‘최선’일 필요는 없다. 수수료는 종종 보험료, 해지 수수료, 보험 비용 등의 형태로 보이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2. 하이브리드형 전문가(혼합형)
가장 혼란스러운 유형이며 의도된 구조다. 한 어드바이저가 화요일에는 ‘수탁자’로서 재정 계획을 제공하고, 수요일에는 6% 수수료가 붙는 금융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고, 때로는 본인조차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처럼 역할을 혼합하는 구조는 여전히 합법이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와 브로커들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잘못된 행위라기보다는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결국 고객은 서류 서명 전 고민하게 된다. “지금 나는 조언을 받고 있는 걸까, 아니면 상품을 권유받고 있는 걸까?” 보이지 않았던 수수료와 필요하지 않았던 금융 상품 가입으로 인한 비용은 결국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나게 된다.
3. 고객 이익 최우선 자문(순수 수탁자)
우리의 서비스가 추구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자문에 대한 비용을 직접 그리고 투명하게 지불한다. 순수 수탁자(Fee-Only, Fiduciary) 서비스는 커미션, 상품 스폰서십, 리베이트 등 어떤 형태의 외부 보상도 받지 않는다. 청구서에는 하나의 비용만 있고, 그 비용은 전적으로 고객에게서만 발생한다.
4. 온라인 전문가
가장 최근 등장한 유형이자, 구조적으로 가장 독특한 모델이다. 틱톡에서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 X(트위터)에서 매크로(거시경제)를 분석하는 계정, 유튜브 투자 전문가들까지. 이들의 콘텐츠는 대부분 “이건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붙는다. 법적으로는 책임을 피하면서 동시에 감정적으로는 특정 행동(투자, 혹은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앞서 본 세 유형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고객과의 관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가는 다르다. 당신은 그들의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다. 광고주가 진짜 고객이고, 당신의 관심이 그들의 판매 대상이 된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자극적이고, 확신에 차 있으며, 극단적인 의견을 더 많은 노출로 보상한다.
(이태영 박사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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