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호주 멜버른에서 거행되고 있는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를 보았다.
여자들의 유니폼에 먼저 눈길이 쏠리는 것은 웬일일까?
마치 패션쇼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테니스는 유니폼은 반드시 흰색이어야 하는 엄격한 규칙이 있고, 어느 운동보다 예의바른 운동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다.
요즈음 세계 대회를 보면 저마다 총 천연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개인의 개성도 잘 살리고 호화찬란한 것도 좋지만 테니스는 옛 전통을 살려 깨끗해 보이는 흰색이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관람했다.
나의 부친은 개성에서 보통학교 때 테니스를 무척 즐겨 치셨는데 항상 긴 흰바지를 입으셨다. 당시 여학교 대회 때에는 남자는 관람불가였던 시절이었다.
남녀 7세 부동석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짓궂은 남학생들은 몰래 담에 기어 올라가 살짝살짝 보고는 무슨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자랑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족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긴 흰 치마저고리에 댕기 머리를 찰랑찰랑 흔들며 운동을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때 그 여학생들이 보기에 좋으셨던지 아버님은 나를 중학시절부터 열심히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셨다. 1953년 이후 연식정구 연맹에는 호수돈 여학교 출신 여성 이사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대회 복장은 무릎에서 15센티 정도의 길이에 후레아 원피스였다
어깨에 싱까지 들어있었고, 긴 허리띠까지 치렁치렁 늘어져 있던 운동복, 지금 생각만 해도 답답해서 훌훌 벗어버리고 싶었던 대회 때 복장이었다.
전국 대회는 물론 1958년부터는 여성도 아시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여하신 분들이다. 그때부터 한국 여자 선수들도 운동복에 큰 변화가 일어나 숏 팬츠와 티셔츠로 바뀌었다. 날아갈듯이 가볍고 편했다. 이렇게 우리나라도 고유의 한복인 긴 치마 저고리 입고 시작했던 운동이 테니스다.
그러던 것이 긴 후레아 원피스로 바뀌었으며 그 후 연습 때는 여성들도 긴바지를 착용했다. 국제대회에는 숏 팬츠에서 미니스커트까지 변하게 되었다.
아마도 세계 패션을 따르게 된다면 한국도 머지않아 총 천연색으로 바뀌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된다. 그래도 테니스는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유지해 흰색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희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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