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일반에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인터넷은 한낱 호기심 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컴퓨터 사용 자체가 보편화되지 않았고 지상파 TV에 신문, 라디오, 그리고 CNN 등 케이블 TV 전성 시대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뉴스 채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후 불과 10여년 뒤 인터넷은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놨다. 그로 인해 가장 피를 본 업종이 신문이다. 수많은 웹사이트를 통해 거의 모든 신문을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 어디를 막론하고 돈을 내고 신문을 사보는 사람 수는 급속히 줄고 이 때문에 신문사들은 하나 같이 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에 뜨는 정보 때문에 소비자들의 무지를 이용해 상인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던 시대도 갔다. 각 소매점 웹사이트를 살피면 순식간에 같은 물건을 얼마에 팔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어느 가게에 가 봐도 물건 값이 비슷비슷하다. 혼자만 비싼 가게에 가 굳이 물건을 사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사생활은 사실상 사라졌다. 언제 어디서 뭘 하던 동영상이 유튜브로 올려져 개망신을 당할지 모른다. 의사당에서 회의 도중 졸던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돼 정치 생명이 끝난 의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비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이런 사적 영역만이 아니다. 국가 간의 기밀문서마저도 언제 주지의 사실로 바뀔지 모른다. 국가 기밀이 일상적 지식이 되게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웹사이트가 있다. 2006년 출범한 위키리크스다(비슷한 이름의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호주인인 줄리안 아산지가 만든 이 사이트에는 국가 간의 외교 문서뿐만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범죄 행위도 뜬다.
이 사이트 공동 개발자 중에는 왕단 등 유명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들어 있다.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행위를 고발하는 것이 사이트 제작 의도의 하나였다. 위키리크스에는 이라크에서의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서 케냐 경찰의 인권 유린, 아프간 전쟁의 실상 등 정부의 치부를 드러낸 보고서가 올라와 있으며 그 공로로 2008년 이코노미스트 ‘뉴 미디어 상’, 2009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영국 언론 상을 받았다. 뉴욕 데일리 뉴스는 이 사이트가 “뉴스를 완전히 바꿔놨다”고 평하기도 했다.
같은 이유로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 사이트는 ‘눈엣 가시’ 같은 존재다. 지난 달 외교 문서 공개로 곤경에 처한 미국은 아산지를 스파이 혐의로 기소, 처벌받게 할 방침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그는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가의 기밀도 보호받아야겠지만 민주 국가에서 국민의 알 권리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요즘 같이 인터넷으로 기존 언론의 힘이 약해진 때는 더욱 그렇다. 감시하지 않으면 비뚜로 나가는 것이 권력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아산지 처벌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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