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이중적인 시선이 우려스럽다. 필요할 때는 한인들에게 우호적이다가도 손해라고 생각할 때는 배타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배타적인 태도는 10월 초 있은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다. 한 국회의원이 복수 국적자 1명에 대해 중학교 졸업 때까지 2,700만원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어 국고 낭비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지적은 ‘원정출산’으로 인한 복수 국적자들이 한국에서 누리는 교육 혜택과 보험 지원 등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지만 유학생이나 주재원 자녀 등 ‘자연스러운’ 2세 복수 국적자들이 누리는 혜택도 계산에 포함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캐나다 시민권자 출신 가수 타블로의 스탠포드대 졸업 의혹 루머와 맞물려 인터넷 상에서 한인이나 복수 국적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와 반대로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우호적인 태도로 변한다.
지난 27일 있은 광주광역시 투자유치 설명회가 대표적이다. 광주시는 이날 미국에서 1억7,2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광주시가 100% 미국인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100% 미국인 기업은 한 곳에, 금액도 200만달러에 불과했다. 1억7,000만달러는 한인 소유 또는 한인이 직간접적으로 관계하는 기업들이다.
2,000만달러를 투자하는 터보에어사는 브라이언 김씨가 대표이고 5,000만달러를 들여 비즈니스 호텔을 짓기로 한 투자 그룹 역시 한인들로 구성됐다. 향후 5년 동안 문화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K2AM사 대표도 역시 한인이다.
광주뿐 아니다. 다른 지자체들이 미국에 와서 투자유치를 할 경우 상당 액수가 한인들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지자체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농수산물의 대부분도 한인 마켓에서 한인들에 의해 소비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이런 내용들은 한국에서는 ‘미국 수출 길 개척’ 또는 ‘미국 자본 유치’ 등으로 포장돼 홍보수단으로 활용된다.
이쯤에서 한국 정부가 복수 국적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한인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액수, 한인 소비 한국 농수산물 등을 비교해보면 과연 어느 쪽이 혜택을 누리는 걸까. 광주만 놓고 봐도 이번에 유치한 1억7,000만달러는 요즘 환율로 2,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여기에 투자한 공장과 산업들이 창출해 내는 부가가치들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가 복수 국적자들에게 준다고 생각되는 혜택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과거와 달리 한국민들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우호적으로 바뀐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폐쇄적이면서 국수주의적인 태도가 발견된다. 한국인들이 한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우호적으로 변해야 하는 건 경제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대용/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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