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란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 여러 사람 생각이 낫다는 이야기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부터 ‘머리 둘이 하나보다 낫다’ 등등 여러 속담으로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해 보인 사람이 있다. 프랜시스 골튼이란 인물이다. 그는 소시장에서 누가 소의 무게를 제일 정확히 알아맞추는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이 소의 진짜 무게에 가장 가까운 답을 낸 것은 특정 개인도 소 전문가도 아니고 개개인이 추정한 가치의 평균치였다. 한 사람이 가진 정보보다 전체가 가진 정보가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이 사례를 바탕으로 제임스 수로위츠키라는 사람은 ‘대중의 지혜’라는 책을 써 유명해졌다.
물론 모든 경우 대중의 지혜가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집단이 나머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것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오히려 개인의 판단만도 못한 수도 있다. 주식시장 버블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일상적인 경우 물건을 살 때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대개는 손해 보지 않는다. 이 점에 착안해 가이드북을 낸 사례로 ‘자갓’(Zagat)을 들 수 있다. 뉴욕에 살고 있던 팀과 니나 자갓 부부는 1979년 당시까지 주종을 이루고 있던 전문가 식당 가이드 대신 식당에 가 본 수많은 고객들의 의견을 수집한 여론 가이드북을 내야겠다는데 착안했다. 이 생각은 고객과 독자들로부터 선풍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자갓은 뉴욕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 모두를 커버하는 것은 물론 식당에서 호텔, 음악, 동물원, 골프장 등 사회 전 분야로 평가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대중의 지혜’의 위력을 간파하고 활용한 잡지가 있다. ‘소비자들의 바이블’로 평가받고 있는 컨수머 리포츠가 그것이다. 이 잡지는 대부분의 일상용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독보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인들이 차를 살 때 참고하는 것은 특정 브랜드 애착도와 주위의 권유, 그리고 컨수머 리포츠 보고서다.
컨수머 리포츠는 물건에 관한 평가를 내릴 때 공짜는 일체 받지 않는다. 평가에 불만을 품은 회사들이 여러 번 이 잡지를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특히 자동차에 관해서는 자체 전문가들의 테스트와 함께 실제로 차를 몰아본 수백만 독자들의 평가를 종합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최근 이 잡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차 중에서는 포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 3대 자동차 회사 중 유일하게 파산하지 않은 포드는 꾸준한 품질 개선을 통해 이제는 최고 품질의 미 자동차 회사로 우뚝 섰다. 한 때 ‘매일 고치거나 수리해야 하는 차의 준 말’(Fix Or Repair Daily)이라는 조롱을 받던 것과는 천양지판이다.
캐딜락을 비롯한 GM 차도 많이 개선됐지만 크라이슬러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도요타, 혼다, 현대, 기아를 비롯한 아시아 차가 뜨고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 차는 많이 떨어진다. 올해 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이 보고서의 결론을 참고하면 후회하는 일은 별로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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