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혹 가다가 눈에 띠는 용어가운데 하나로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란 말이 있다. klepto, 도둑이 통치하는(cracy)는 체제라는 말이다.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면 도둑정치체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 믿거나 말거나한 에피소드로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프리카국가의 한 장관이 아시아국가의 한 장관 집을 방문했다. 웬만한 왕궁 뺨칠 정도로 호화롭기가 그지없었다. “당신 월급으로 이런 집을 살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아시아 장관은 창문 밖을 손가락질을 했다.
“저기 보이는 큰 다리 공사비의 10%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장관의 답이었다. 얼마 후 이번에는 아시아나라의 장관이 아프리카 장관의 집을 방문하게 됐다. 그의 집은 더 호화로웠다. 놀라서 “무슨 돈으로 어떻게 이런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까”고 물었다.
아프리카 장관은 창밖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그러나 큰 다리도, 아무것도 건설되지 않은 허공뿐이었다. “공사비의 100%가 들었습니다.”
클렙토크라시는 내건 정치 이데올로기가 어떤 것이든 실제로 국가를 지배하는 최고 통치자가 도둑이고, 이 도둑을 최고 정점으로 삼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엘리트들이 부패네트워크를 구축해 민중을 억압하고 공공재산을 사적소유로 만드는 체제다.
이 도둑정치체제에는 순도라고 할까, 나름으로 서열이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상당수 독재국가들은 클렙토크라시로서 꽤나 상위 랭킹에 든다. 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국가, 또 라틴 아메리카의 독재국가들도 만만치 않은 상위랭킹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 100%를 꿀꺽하는 ‘완전 도둑정치’가 판치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얼마 전 러시아, 알바니아 등 구공산권 나라들을 지목했었다.
이 부문에서 세계 랭킹 1위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단연 김정일 체제의 북한이다. 김정일을 정점으로 한 지배층만이 사적인 부를 축적한다.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자금을 멋대로 운용하며, 국가기구를 총 동원한다. 그 결과 대다수 국민은 기아에 허덕인다.
도둑정치체제의 특성에 북한 같이 딱 들어맞는 나라가 지구상에 없어서 하는 말이다.
경제는 이미 결딴났다. 식량부족으로 또 다시 대규모 아사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도 김정일 체제는 3대 세습을 한다며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해 열병식을 벌이고 평양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춤을 춘다. 게다가 김정은 우상작업이 한창이다.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이 김정일 체제가 대한민국에 음으로 양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쌀을 내놓으라는 거다. 그 압력에 또 다시 여론이 갈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 김정일 체제에 그러면 식량을 지원해야하는 것인가.
그 답은 도둑정치에 신음하는 한 아프리카의 지성의 절규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인도주의’란 이름으로 보내진 서방의 원조조차 대다수 아프리카 인민들에게는 약이 아닌 독이 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 부디 저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더 이상 돈을 주지 말게 해주시시오’라고 했던 그 절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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