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전용관 두레라움이 완공될 예정이라 새 건물의 운영은 새 사람이 맡는 게 옳다.” 15년 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며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키운 김동호(73)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주위의 만류에도 4년 전부터 공동 집행위원장 제도를 만들어 퇴임을 준비해온 김 위원장이다. 문화 인프라는 고사하고 변변한 극장 하나 갖추지 못했던 영화의 변방 부산을 ‘영화의 바다’로 변모시킨 장본인이다.
올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줄리엣 비노쉬가 이번 부산영화제를 찾은 것도 김 위원장과의 끈끈한 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기자회견에서 줄리엣 비노쉬는 “김 위원장과 마주칠 때마다 초대를 받았고 올해가 페스티벌 디렉터로 마지막 해라고 하여 이렇게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밝혔을 정도다.
내년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해운대 센텀시티에 건립 중인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이 완공되어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된다. 이 역시 김 위원장이 공을 들인 영화제의 새로운 메카이다. 칸영화제의 상징적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 못지않은 멋진 외관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이라고 한다. 지난해 세계 최고 백화점을 표방하며 오픈한 ‘신세계 센텀시티’ 바로 옆에 들어선다니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가 글로벌 랜드마크의 지존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눈부시게 찬란한 야경이 마음을 빼앗는 곳, 밤이 되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황금빛 바다’를 표현하도록 외관 조명을 설치한 신세계 센텀시티가 ‘다이아몬드 브릿지’라는 애칭을 지닌 광안대교의 야경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찬란한 바다 도시로 만들기 때문이다.
1996년 ‘무모한 시도’라는 회의적 전망 속에 출발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첫 해 관객 18만4,071명을 동원했다. 올해 관객 수가 18만2,046명으로 집계되었으니 첫 해부터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한국영화의 세계 진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97년까지 칸 영화제에 소개된 한국영화는 4편뿐이었지만, 부산영화제 관객 수가 19만 명을 돌파했던 98년부터 매년 4~5편씩 한국영화가 칸에 소개되고 있다.
영화제는 예산에 비해 성과를 내기 힘든 행사 중 하나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9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2,700만 달러가 투입된 칸 영화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예산이지만 그 성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영화제 초창기 취재진이 적을 것을 우려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포장마차를 밤새 순회하며 길거리에 신문지를 깔고 해외 게스트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교통지옥인 부산에서 택배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달리던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열정이 이루어낸 성과다.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로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새 부대를 제대로 채울 열정 있는 영화인들과 함께 말이다.
하은선 / H 매거진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