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월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카지노다. 매일 천문학적 숫자의 주식과 채권, 파생증권이 거래된다. 이런 증권 거래는 자본주의의 핵심인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지만 일면으로는 도박과 별 차이가 없다. 베팅을 잘 한 사람은 떼돈을 벌고 못한 사람은 빈털터리가 돼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지금 3년째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경기로 신음하고 있는 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 베팅했기 때문이다. 그 손실액이 너무나 커서 가만 놔뒀다가는 은행이고 증권회사고 모두 문을 닫고 돈줄이 막혀 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정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어 기사회생 시킨 것이다.
당시 구제 금융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지만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소위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은 대부분 회수가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익도 남길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정부의 조치로 미미하나마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진짜 도박의 본산 라스베가스다.
라스베가스는 80~90년대의 호경기의 최대 수혜자였다. 스티브 윈이 세운 미라지를 시작으로 벨라지오, 베네시안, 윈 등 초호화판 호텔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섰다. 과연 라스베가스가 이처럼 호텔의 홍수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으나 2000년대 중반까지는 전 세계적인 호황에 힘입어 팽창을 거듭하고 동네 집값도 몇 배 씩 뛰었다.
다 옛날이야기다. 지금 네바다 실업률은 14.4%로 전국에서 제일 높고 라스베가스는 14.7%에 이른다. 10년 전 네바다 실업률은 3.8%였다. 8월 현재 라스베가스는 44개월째 전국 주택 차압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 관계자들은 40년대 이곳에 도박장이 들어선 이래 이처럼 경기가 나쁜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이 와중에 작년 12월 85억 달러를 들여 지은 미 최대 호텔, 도박장, 샤핑몰인 시티 센터가 문을 열었다. 그 결과 지금 라스베가스 고급 호텔 방값은 하루 38달러까지 떨어졌다.
라스베가스가 이처럼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흥청거리던 월가 도박장과 주택 투기 도박, 그리고 진짜 카지노 도박장이 동시에 된 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90년대 말 인터넷 주식과 2000년대 초 주택 버블은 그 자체가 거대한 도박장이었다. 그 도박 열기로 흥청거렸던 라스베가스가 지금 기진맥진 허덕이고 있는 것은 적절한 ‘시적 정의’다.
미국이 힘들다지만 이런 도박 열기에 휩쓸리지 않은 아이오와나 캔자스, 네브라스카 같은 시골은 요즘 높은 농산물가에 힘입어 조용한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힘 빠진 라스베가스를 보며 ‘도박으로 흥한 자 도박으로 망한다’는 진리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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