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은 왜 권력을 자식에게 세습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일까.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사후 벌어질지도 모를 격하와 비판에 대한 두려움을 들 수 있다. 최소한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면 자신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에게 후계자 문제는 딜레마가 된다. 후계자를 지명하거나 지명하지 않거나 모두 위험이 따른다. 후계자를 키우면 그에 의해 권력에 균열이 생길 수 있으며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후 엄청난 혼란과 권력투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혈육에게 권력을 물려 주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세습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2007년 발표된 한 정치학자 연구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3년 이상 집권한 258건의 독재 사례에서 세습이 시도된 경우는 23건이고 이 가운데 성공한 경우는 9건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는 물론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에게로의 세습이 포함돼 있으며 이 밖에 싱가포르의 리콴유 부자 세습, 그리고 1956년 니카라과, 1971년 아이티, 2000년 시리아, 2003년 아제르바이잔 등의 세습 사례가 있다. 김정일로부터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이 성공할 경우 또 하나의 케이스가 추가되는 것일 뿐 아니라 최초의 3대 세습이 된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이 공식화되면서 비판적인 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형태의 권력 세습을 시도하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의 코미디”라는 조롱과 비웃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일부 보수 언론들은 김정은이 포악하다는 등 소문과 전언에 의거해 부정적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또 나이 어린 김정은이 관연 권력기반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과 분석들이 주류를 이룬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은 도장만 찍는 독재자가 될 것”이라는 한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의외로 통치기반 구축에 연착륙 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있다. 클레어몬트 매키나 대학의 이채진 석좌교수는 “젊다는 이유만으로 김정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김정은 체제가 뿌리를 확실히 내릴지는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젊고 경험 없는 후계자가 주변 엘리트들의 지지를 받아 세습에 성공한 경우는 많다. 지난 2000년 시리아의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이 사망하자 아들 바샤르가 관제선거를 통해 권력을 물려받았다. 젊은 그가 세습으로 집권하자 “아버지 세대에 눌려 단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런 전망을 비웃듯 지난 10년 동안 그의 권력기반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
왕조도 아니고 3대가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한다는 것은 한편의 어이없는 블랙 코미디다. 그렇지만 그 코미디를 보면서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김정은의 세습과정이 안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세습에 성공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일은 냉철함을 요구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밉고 혐오스런 정권이라고 해도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카운터파트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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