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밖에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남가주 주민들이 뒤늦은 더위 기습에 절절 매고 있다. 한국의 가마솥더위, 미국 동부의 찜통더위 소식을 남의 일로만 여기며 여름을 보냈는데 10월이 코앞인 요즘 때 아닌 불볕더위가 찾아 들었다. 그냥 더운 정도가 아니라 기록을 갈아치운 더위이다.
‘2010년 9월27일’은 LA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 되었다. 국립기상청이 기록을 보관하기 시작한 1877년 이래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되었다.
27일 정오가 갓 지난 12시15분 다운타운의 온도계는 화씨 113도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1990년 6월26일의 112도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이어 한동안 온도가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1시가 되자 온도계는 고장이 나버렸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온도계가 작동을 멈춰버린 것이었다. 기상청 직원들은 그래서 이날 기온이 113도 보다 높았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수은주가 치솟자 한인들은 “중복, 말복 다 지난 다음에 새삼 웬 복날이냐?”고 하고, 미국인들은 “아직도 ‘개의 날(Dog days)’이 안 지나간 거냐?”며 의아해 한다. 불볕더위, 가마솥더위, 찜통더위의 여름날은 서양에서 ‘개의 날’로 통한다.
한국에서는 복날 개들이 수난을 겪는가 하면, 고대 로마에서는 여름을 잘 지내기를 기원하며 개를 제물로 바치는 전통이 있었다. 이래저래 여름은 개에게는 괴로운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날이 ‘개의 날’이 된 기원은 하늘의 별 시리우스 때문이다. 시리우스는 큰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로 ‘개의 별’로도 불린다. 실제 밝기는 태양 보다 25배나 밝은 데다 위치가 태양에서 가까워 밤하늘을 쳐다보면 가장 밝은 별이다.
별자리를 관찰해 앞날을 예견하던 고대인들에게 시리우스는 중요한 별이었다. 봄을 지난 후 시리우스는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 동쪽 하늘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데 이때부터 날이 더워진다는 사실을 고대인들은 알게 되었다. 고대인들의 생각으로 뜨거운 태양과 밝은 별, 시리우스가 나란히 같이 떠오르니 열기가 심해지는 것이다.
더위의 주역을 ‘개의 별’로 이해한 고대 그리스인들이 뜨거운 여름날을 ‘개의 날’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기원이다. ‘시리우스’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세이리오스’ - 불타 듯 뜨겁다는 의미이다.
재미있는 것은 동녘 하늘 시리우스의 등장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5,000년 전 고대 이집트는 시리우스의 등장을 기점으로 새해를 시작했는 데 그 시기가 6월 하순 쯤이었다고 한다. 지금 ‘개의 날’ 기간은 7월초에서 9월초 사이로 보고 있다. 올해는 평년보다 더 늦게 ‘개의 날’이 기습을 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더위로 남가주는 한바탕 소동을 겪고 있다. 집집마다 에어컨 가동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사태가 빚어지고, 산불이 나고, 거리는 통행이 줄어 한산해졌다. 뜻밖의 더위에 신이 난 곳은 냉면 집과 이열치열의 삼계탕 집. 충분한 영양과 수분 섭취, 그리고 가능한 한 시원한 실내에 머물면서 올해의 마지막 더위를 무사히 넘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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