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5만명 처벌 불구 여전히 만연… 정치적 동기 수사 많아
독립적 경찰과 사법부 부재가 문제
해외구좌 등 수뢰 방법 날로 지능화
연간 860억 달러 경제피해 초래
지난해 10월 황광위가 포브스지에 의해 중국의 두 번째 부자로 발표된 직후 39세의 이 기업가는 갑자기 사라졌다. 거의 1주일이 지난 후 베이징 공안당국은 그가 부패혐의로 체포돼 구금 중이라는 간단한 발표를 했다. 그의 소재와 관련한 첫 소식이었다.
곧 다른 인사들이 부패와 수뢰 혐의 등으로 줄줄이 체포, 구금됐다. 중국 원자력 기구 책임자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의 전 사장, 베이징의 캐피털 공항 책임자(그는 지난달 처형됐다), 중국 최대 제조단지가 들어서 있는 선전 시장 등이 그들이었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 체포가 당국이 추진해 오고 있는 부패 추방 캠페인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달에는 영국과 호주가 합자한 거대 광산기업인 리오 틴토의 직원 4명이 수뢰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드러진 부패 검거 케이스들은 종종 공산당 내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서로 다투는 파당들은 ‘부패와의 전쟁’을 라이벌과 그들의 후원자들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전자 억만장자인 후황의 경우 국영언론은 그와 오랜 관계를 맺어 왔던 고위 인사들이 수색과 체포를 당했으며 당내권력 재편으로 보여 진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독립적인 경찰과 사법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 지도자들이 수사를 지시한다. 클레어몬트 매키나 대학의 교수이자 중국 부패 문제에 관한 논문을 많이 쓴 믹신 페이 교수는 “부패 척결은 매우 정치화된 절차”라고 말한다. 후견인이 보호해 주지 않으면 튕겨져 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정치와 경제의 지속적인 모순의 하나를 설명해 줄 수 있다. 정부는 주기적으로 부패 척결 건수를 발표하는데도 부패를 뿌리 뽑는데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승전 60주년을 맞이하면서 베이징 정부는 만연한 부패가 당에 대한 신뢰를 잠식해 경제를 해치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정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부패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리고 올해 부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로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부패한 정부 관리들이 지배하던 시슈의 한 호텔에서 요리사가 숨진 사건이 일어나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부패에 질렸다”고 베이징 중국사회과학원의 가오 콴신 연구원은 말한다.
중국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는 당에 대해 수뢰에 더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이런 노력은 허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 뇌물을 받고 이것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면 서 허세를 부리는 공직자들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한편으로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문제점은 너무 광범해 선별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매년 15만 명 정도가 부패 혐의로 처벌 받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의 부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자원 분배를 통해, 그리고 규제와 관련된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건강과 안전상 심각한 위협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한다. 2007년 카네기 재단이 실시한 한 조사는 2003년의 경우 부패로 인해 발생한 중국의 손해는 당시 국내 총생산액의 3%에 해당하는 860억 달러였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원의 가오 연구원은 “부패로 인해 중국 경제가 궤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법의 지배를 좀먹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패 규제와 관련된 1,200개의 법과 지침, 시행령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집행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정부 관리들의 봉급은 낮은데 이들에게 비즈니스와 자원에 대한 너무 많은 힘이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클레어몬트 매키나의 페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부가 비즈니스에 관여하는 정도”라고 말한다.
많은 관리들은 개인 재단을 만든 후 이곳을 통해 돈을 받는다든가 가족의 해외 유학비용을 기업들에 전가하는 등 아주 창조적인 방법으로 수뢰한다. 위기관리 회사인 크롤의 조사관인 바이올렛 호는 “더 이상 현금 뭉치가 오가지 않는다. 아주 정교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 차명 계좌를 연다든가 비상장 주식을 배당 받는 것 등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입법부는 수사관들에게 뇌물을 받는 부패 관리의 친척들과 부인까지 처벌할 수 있는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을 심의중이다.
얼마나 많은 서방 기업들이 이곳 중국에서 부패 행위에 관여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다국적 기업들, 특히 해외 부패 방지법의 적용을 받는 미국 기업들은 감추지 못한다. 올해 모건 스탠리는 상하이 지사의 부동산 분야 담당 한 간부가 뇌물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자 그를 해고했다. 또 2007년에는 루선트 테크놀러지사가 부패 방지법 위반 혐의를 시인하고 미국 정부와 250만달러 벌금에 합의했다. 연방 법무부는 이 회사가 지난 2002년과 2003년 사이 중국 관리 1,000명을 미국으로 초청하는데 1,000만달러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루선트사를 방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이 회사는 중국 관리들의 라스베가스, 디즈니랜드, 그랜드 캐년 관광비용까지 부담했다.
대중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부패 문제가 곧 사라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독립적인 경찰과 사법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변화가 더딜 것이라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관리들은 권력을 통해 동맹을 결성하고 자신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결정을 내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 교수는 “이것은 충원을 위한 새로운 도구이다. 부패는 소속원들을 결속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현재의 제도를 고수하는 한 이것을 제거할 방법은 없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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