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노나라 정치에 환멸을 느껴 제나라로 가는 길에 무덤 앞에서 서글프게 우는 여인을 만났다.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이 차례로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다는 것이다. 공자가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그 여인은 “차라리 여기가 낫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살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공자는 제자들을 보며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금이 무거우면 살기가 힘든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대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형편은 옛날 중국 여인보다는 형편이 훨씬 낫다. 우선 호랑이가 없는 데다 세금이 적은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올려 주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소득층이야 원래 세금을 내지 않으니 상관없지만 누진세를 물어야 하는 고소득자에게 주세는 상당한 관심거리다. 고소득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소유주들이다. 이들이 떠나면 일자리도 사라지고 이들이 떠난 주의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증세의 악순환’이다.
이 ‘증세의 악순환’의 대표적 케이스가 뉴저지다. 60년대 초까지 이곳에는 주 소득세도 주 판매세도 없었다. 인구는 급속히 증가하고 재정은 늘 흑자였다. 그러나 지금 뉴저지는 소득세와 판매세 모두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예산은 만성 적자고 교육 수준은 전국 최하위다.
이와 대조적인 주가 뉴햄프셔다. 4년마다 처음 대통령 예선을 해 유명한 이 주는 ‘자유롭게 살거나 죽어라’(Live Free or Die)는 모토답게 아직도 소득세와 판매세가 없다. 뉴햄프셔 공립교의 시험 성적은 학생 당 1년 교육비 지출이 전국 평균보다 1,000달러 적은데도 전국 1위다. 대조적으로 가주는 세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면서 성적은 바닥이다. 세금과 지출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음을 이보다 분명하게 말해줄 수는 없다.
요즘 같은 때 경제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주가 있다. 텍사스다. 역시 주 소득세가 없는 텍사스는 조지아와 노스다코타와 함께 올해 세금을 낮추는 드문 주다. 작년 텍사스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나머지 49개 주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매일 1,100명의 미국인이 가주와 같은 세금이 무거운 주에서 세금이 적은 주로 이주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이 기간 소득세가 없는 주는 세금이 무거운 주보다 일자리는 89%가 늘어났고 소득 증가 속도는 32%가 빨랐다. 미국에서 소득세가 없는 주는 뉴햄프셔와 텍사스 이외에 알래스카, 플로리다, 네바다, 사우스다코타, 워싱턴, 와이오밍이고 판매세가 없는 주는 뉴햄프셔, 알래스카, 델라웨어, 몬태나, 오리건이다.
높은 세금으로 가주 재정난을 해결하려던 주민 발의안이 19일 모두 부결됐다. 가주는 지난 40년간 계속 세금을 올렸지만 재정 적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이중 상당 부분이 정치적 발언권이 센 공무원 노조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더 이상 주민들을 털어 공무원 노조의 배를 불리는 일은 그만 하라는 단호한 메시지다. 이제는 증세 대신 감세를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된 것도 같다. 소득세 없는 텍사스나 뉴햄프셔 모델이라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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