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맨 앞에 있는 마태복음 첫머리에 헤롯왕 얘기가 나온다. 자기 왕위를 위협하는 새 왕이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동방박사를 속여 잡아 죽이려 하다 실패하자 베들레헴 인근에서 태어난 두 살 이하짜리 아이를 모두 죽여 버린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마태복음 외에는 이를 기록한 사료가 없는 데다 예수의 일생을 유대 민족의 역사적 사건에 맞추려는 마태의 성향으로 봐 예수를 이집트인들의 아기 살해 만행에서 살아난 모세에 비유하려는 의도에서 창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입증된 헤롯의 행적을 보면 그는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다. 그는 왕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포함 친자식을 셋이나 죽였다.
그를 유대 왕으로 임명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헤롯의 자식이 되는 것보다는 그의 돼지가 되는 것이 낫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그의 돼지가 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권력을 놓고 죽고 죽인 부자는 헤롯 일가만이 아니다. 유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 받는 다윗도 아들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켜 죽을 뻔하다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그 대가로 압살롬은 살해된다. 당 태종에서 조선 태종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놓고 부자가 다툼을 벌인 일은 동서를 막론하고 부지기수다.
권력이 세습되지 않고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근대로 들어오면 사정은 조금 달라지지만 권력자의 아들 자리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 “아버지는 대통령인데 나는 뭔가”라는 자괴감에 평생 시달려야 할 뿐 아니라 권력자와 가까이 하려는 로비스트와 간신배들의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된다.
미국 최초로 부자 대통령을 배출한 애덤스 가문의 둘째 아들은 알콜 중독자로 전전하다 길거리에서 객사했다. 두 번째로 부자 대통령을 낳은 부시 집안의 큰아들도 한 때 알콜 중독자로 인생을 마감할 뻔하다 극적으로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함량 미달의 지도자’란 악평 속에 권좌를 물러나야 했다.
워싱턴이나 링컨이 사심 없는 공직 생활로 ‘국부’ 혹은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 받게 된 것도 아예 자식이 없거나(워싱턴) 네 아들이 모두 어렸고 그 중 셋이 어린 나이에 죽어(링컨) 가정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국정에 전념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한국 대통령 아들들의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 마약 중독자가 없나 감옥에서 할복자살을 기도하지 않나 세 아들 중 두 아들이 감옥에 가지 않나. 거기다 “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아내와 아들에 이어 이제는 딸까지 금품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의 아내가 “대통령 아들의 멍에를 쓰고 한국에 살지 말고 나가 살라”며 돈을 줬다는 기사는 분노보다 측은함을 느끼게 한다. 대통령보다 힘든 것이 대통령 아들 자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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